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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내 작품 원천”…원로작가 김한 초대전



원로작가 김한(75)의 대표적인 색감은 푸른빛이다. 1·4후퇴 때 떠나온 함경북도 명천군 하가면 고향의 바다를 잊지 못해서다. 바다 파도 달 구름 배 소라 풍경과 아이를 업고 있던 어머니와 동네사람들의 모습을 꿈결처럼 어스름같은 푸른빛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짙푸른 푸른빛이 좀 화사해졌다.

“내 고향이 어디인고 하면 요즘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서 유명해진 대포동 바로 근처예요. 그곳 해변이 눈에 선합니다. 가보고 싶은데 이젠 그런 마음도 많이 없어졌어요.”

지팡이를 짚고 서울 인사동 토포갤러리에 모습을 보인 김화백은 그리움에 가득 찬 모습이다. 김화백은 19세 때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전국의 미군부대를 전전하며 초상화를 그리고 홍익대 미술학부를 다닌 후 화가로 60년을 살면서 언제나 고향만을 그려왔다.

지난 2000년 2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평양에서 북한의 공훈시인이 된 동생 김철씨(69)를 만나 가슴의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지만 잠시였을 뿐 망향의 한은 이어지고 있다.


김화백은 95년 이중섭 미술상을 받으며 화단에서 뒤늦게 주목받았다. 이번 토포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초대전에서는 2000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최근작과 소묘 드로잉 등 7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워낙 외골수여서 뛰어난 실력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앞으로 김화백의 작품세계에 대한 활발한 조명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의 선이 살아있는 소묘 작품은 젊은작가들이 본받아야 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일부터 15일까지. (02)734-7555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