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01년 당시 정권의 실세들이 연루돼 파문을 일으켰던 금융사기극 ‘이용호 게이트’. 전환사채를 이용해 154억원의 차익을 챙기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아 국세청이 98억원의 종합소득세를 추징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용호씨가 회장으로 재직했던 G&G㈜는 2001년 초 미화 300만달러 규모의 A회사 해외전환사채를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한 후 이를 매각해 154억여원의 처분차익을 챙겼다.
#2.‘한별텔레콤 주가조작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한 모회장은 지난 2001년 자신이 경영하던 위성방송기기 생산업체인 한별텔레콤 명의로 해외전환사채를 발행, 230여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앞으로 국내 상장사의 ‘검은머리(사실상 내국인) 외자유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더라도 1년 내에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으면 국내에서도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장외에서 처분할 때도 주요 경영사항으로 신고토록 의무화 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을 마련, 다음달 8일 금감위 의결과 관보게재를 거쳐 9월13일께 곧바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자유치 둔갑 편법 CB 발행 차단
지금까지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사실상 내국인들이 인수하는 유가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하면서 외국인 투자유치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국내시장에서 주식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상장사가 해외 CB와 BW 발행을 통해 외자유치를 했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상은 내국인이 대부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감위가 이처럼 규제 고삐를 죄고 나선 것은 해외 CB·BW 발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52건 5억1300만달러에 머물렀던 해외증권 발행실적은 지난해 162건 17억5600만달러로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 말 현재 62건 4억5800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올 3월까지 CB·BW 전체 발행건수는 504건에 이르고 코스닥상장법인이 408건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금감위는 앞으로 발행지 국가의 감독기관에 신고서를 제출한 경우나 거주자가 1년간 해당 증권의 취득 및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 이외에는 모두 국내에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금감위는 또 신탁보유 자기주식을 장외에서 처분하는 경우 공시의무가 없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신탁보유분을 매도할 때도 주요 경영사항으로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지난 3월 영남제분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면서 영남제분 대주주가 상당지분을 처분했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이밖에 금감위는 편법 우회상장을 막기 위해 외부평가기관이 합병 당사회사의 감사인인 경우 평가를 제한하도록 하고 영업 및 자산 양수도나 주식교환 및 이전, 분할 합병시에도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다.
또 외국 법인도 국내 법인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예비상장 심사결과 서류를 같이 내도록 하는 한편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업무를 대리할 국내 대리인도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CB 활용 편법 어떻게
해외 CB를 활용한 편법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규제가 없다. 따라서 편법이지만 탈법은 아니다. 하지만 증권거래법과 정치적 사건으로 연루돼 수사를 받은 적도 있다.
수법은 간단하다. 조세피난처에 역외펀드를 설립해 CB를 사들인 후 해당회사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으로 챙기는 것이다.
또 대차거래를 이용해 차익을 챙기는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A사의 CB발행 전에 특정인(검은머리 외국인)이 대주주나 계열사 등을 통해 싼 가격에 주식을 빌리고, 실제 A사가 CB를 발행하면 대규모 외자유치설이 돌고, A사의 주가는 단기간에 오르게 된다. 이때 싼 가격에 빌렸던 주식을 비싼 값에 팔아 차익을 챙기고 주식을 갚는 것이다.
해당사의 주가가 떨어져 전환가격 보다 낮다면 그 주식을 사서 대주주나 계열사로부터 빌린 주식을 갚기도 한다.
이밖에 해외 주식예탁증서(DR)도 발행 후 즉시 국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법도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6500만주의 최초 DR물량 가운데 86%인 5600만주가 3개월 만에 국내 원주식으로 전환돼 국내에서 유통됐다.
/sdpark@fnnews.com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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