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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경영’ 태광그룹 집중해부…(中)지배구조평가 ‘매우 취약’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GS)에서는 의미있는 기업지배구조 등급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100개 항목으로 나눠 기업을 평가한 것이다.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전체 조사업체 633개사에 속했던 태광그룹 상장사인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은 과연 어떤 등급을 받았을까.

답은 8개 등급 가운데 7, 8등급인 '취약' 또는 '매우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명 '장하성 펀드'가 첫 대상으로 태광그룹에 주목하고 있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배구조 등급 '취약 또는 매우취약' 추정

CGS는 국내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가운데 관리종목을 제외한 1년 상장된 기업 633개사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기업의 지배구조가 취약했다고 29일 밝혔다.

대표적인 평가방법은 5가지 항목.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 및 운영, 공시 및 경영투명성, 감사기구 현황, 경영과실 배분 등이다.

즉 상장사가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도입했는지 여부와 사외이사의 비중, 기업설명회(IR) 및 사업계획 공시, 내부감사 시스템 여부, 현금배당 등을 고려해 평가했다는 것.

결국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어느 곳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급은 취약 또는 매우 취약한 상장사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태광산업은 IR를 실시한 적이 없고 임원 겸직 등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공시 및 경영투명성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현금배당 등 경영과실 부문도 지난해 1.29%, 2004년 0.43%의 시가배당률을 감안하면 배당도 짠 편이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IR 부족에 대해 이날 "기업설명회를 자주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IR가 기업실적과 밀접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회사가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전화통화에서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주가하락 등)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더 이상 태광그룹의 문제점을 코멘트 할 수 없다"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광그룹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장기투자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태광그룹 노사갈등의 역사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구조조정의 신봉자'로 불리고 있다. 지난 2001년 태광산업 대표이사 재직 때 50년 동안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고 지난해 1월에는 흥국생명 직원 21명을 해고한데 이어 지난해 말 인수한 흥국쌍용화재도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은 극에 달했다.

흥국생명 노조는 지난해 1월 정리해고 당시 노조와의 사전 협의는커녕 노동부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또 정리해고 이후 일손 부족으로 금융사고 우려를 제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흥국생명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생명회사 10개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4건, 39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임원 2명이 주의적 경고를 받았고 직원 1명이 문책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04년 노조측은 "흥국생명 대주주인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은 본인 및 가족계약분 314억원을 흥국생명 임직원 명의 계약으로 체결해 각종 수당 17억5400만원을 부당하게 횡령했고 대주주 및 경영진은 한빛아이앤비 인수과정에서는 125억원의 불법 신용대출로 8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물고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3년 9월에는 울산 대한화섬 노조원이 "회사는 노조에 간섭하지 말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