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30일 열린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4회 파생상품 컨퍼런스’에서 많은 학계 인사와 실무자가 모여 해외 파생상품 시장 현황과 이상적인 위기관리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우영호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본부장과 정삼영 롱아일랜드대 재무학 교수, 토머스 스니와이스 매사추세츠대 교수, 돈 챈스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 등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열고 위기관리의 효용성과 국내외 파생상품시장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우영호 본부장=최근 세계 파상생품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의 최근 트렌드는 어떤가.
▲스니와이스 교수=한마디로 글로벌화다. 파생상품시장은 지난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유럽은 90년대에 파생상품 거래를 시작했고 90년대 후반에는 장외시장 거래도 매우 활발해졌다. 중국·일본·홍콩 등 아시아시장도 4∼5년 전부터 활성화되고 있다. 아시아는 매우 역동적이고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서방국가들이 이뤄놓은 것들을 초석삼아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인터넷과 휴대폰 등 기술적인 면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기 때문에 선진국간 거래나 정보 교류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챈스 교수=파생상품 시장은 장내거래소와 장외거래소(OTC) 시장이 서로 상호 작용한다. 미국에서의 추이를 보면 장외시장에서 어떤 상품이 잘 거래되면 장내시장에서 이 상품들을 연구해 장내시장에 상장하는 경우가 많다.
―우본부장=파생상품 운용의 중요한 기능으로 위기관리가 꼽히는데.
▲스니와이스 교수=사람들은 매일 매일 위기에 직면한 채 살고 있지만 종종 그 사실을 망각하는 때가 많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경영 위험과 금융 위험이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환율 하락으로 입은 환차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기업들은 이같은 다양한 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챈스 교수=가능한한 수익을 많이 내고자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비행기를 탈 때도 항상 위험과 맞닥뜨린다. 항공 당국은 만에 하나 있을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승객들을 철저히 검사한다.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위험 관리를 위한 비용에 대해서는 인색한 편이다.
▲정교수=미국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총기를 보유한 가정이 가장 많은 주로 꼽힌다. 전미총기연맹(ARA) 조사 결과 캘리포니아주의 총기보유 가정은 전체 가정 중 25∼30%에 해당한다. 그 사람들이 총기를 소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총기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도 캘리포니아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닐까. 위기관리를 위한 일련의 행동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스니와이스 교수=두개의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위기관리를 시행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예측되는 모든 위기가 맞아떨어지면 지는 것이고 모든 위기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기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은 휴가도 가고 근심 없이 살면서 겉보기에 좋아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위기가 닥칠 경우 대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챈스 교수=반대로 얘기해보자. 사람들은 나에게 위험 회피수단을 강구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위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가장 좋은 예로 항공사를 들 수 있다. 항공사는 사람들을 제때 실어나르고 수하물을 옮기는데는 익숙하다. 그러나 유가상승에 대한 위기관리는 서투른 편이다. 고유가로 인해 델타항공을 포함한 미국 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반면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옵션거래를 통해 고유가에 대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다.
▲스니와이스 교수=리스크 관리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항상 효율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밖에 나가서 수많은 경쟁사의 상품, 새로운 경쟁자들과 겨루면서 더 많은 지식을 얻어야 한다. 선진 금융업체들은 자신들이 만든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전하는 데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금융업체들은 TV나 라디오 뉴스 등을 접하면서 빠르게 벤치마킹을 한다. 컨퍼런스 등을 통해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자기 것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면 시장이 더욱 효율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본부장=파생상품의 경우 학계의 연구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학계의 역할은 실제 시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챈스 교수=학계와 실제 시장은 동떨어져있다기보다 매우 긴밀한 관계라고 봐야 한다. 이번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사람들도 월스트리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또 금융업체에서 필요한 전문가층을 학계에서 충분히 받쳐주고 있다. 학계는 이론적인 기반이 착실하고 냉정하게 금융시장을 연구해나갈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업연금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이 연금을 운용할 경우 학계에서 새로운 상품에 대해서 평가하고 측정한다. 그후 연금상품을 운용하면 규제당국이 적절한 통제력을 행사한다.
―우본부장=한국과 세계 금융시장이 교류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는가.
▲스니와이스 교수=세계 금융시장과 교류하려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도 외국 투자가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많이 공개하면 좋을 것 같다. 세계적인 리서치센터와 연계해 정보교류도 하고 인력도 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챈스 교수=시카고선물거래소(CBOT)는 지난 20여년간 교육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학계 관계자들과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제공하기 위해 2주간 리서치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보고 있다. 지금의 교수진까지 충분한 교육을 통해 정보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학계는 젊은 세대들이 커나갈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이 됐다.
▲정교수=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한데 증권선물거래소(KRX)도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본부장 답변) 현재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은 없다. 하지만 교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물교육단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 대학의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도움되기 위해 강사를 초빙한다면 교육단에서 강사를 지원해 주고 있다. 기업이나 모임에서 요청이 있을 때도 충분한 교육 지원을 제공해준다. 또한 학자들의 연구활동에도 지원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인도에서 개최된 아·태 파생상품학술회의에서 논문을 공모해 3명을 뽑아 상을 준 적도 있다.
―우본부장=앞으로 한국 파생상품 시장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스니와이스 교수=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의미있는 성장을 지속해 왔고 앞으로 5년 후면 더 장족의 발전을 할 것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견해는 두가지로 나뉜다. 위험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것. 미국은 그 두가지 견해 차가 50대 50에 가까울 정도로 성숙했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파생상품을 위험한 투자수단으로 보는 견해가 짙다. 또 아직 한국에선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간접투자 형식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정교수=미국은 파생상품에 대해 한국보다 훨씬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앞으로 선물시장에서 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견해를 넓힐 만한 충분한 기회가 있다. 미국과 비슷한 환경이 갖춰진 후에 한국 시장과 미국시장을 비교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스니와이스 교수=런던이 현재 금융 중심지이지만 포화 상태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어 외국인의 진입이 쉽다. 세금 등 여러가지 규제도 자유로워져 정직한 규칙과 제도만 구비된다면 더할나위 없다. 외국 투자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만큼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매력적인 곳이다. 선물시장은 굉장히 크고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다. 한국은 새 상품과 그에 걸맞은 정책이 무엇인지 늘 고심해야 한다. 또 정부가 어떻게 그 상품과 시장을 (해외에) 알릴 것인가도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번 컨퍼런스에 참석한다면 한국이 어떻게 하면 세계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게 논의해보고 싶다.
▲정교수=고속성장을 거듭한 한국의 정보기술(IT) 환경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초고속인터넷과 휴대폰, 무선통신기술 등을 활용한다면 세계 금융시장과 교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본부장=앞으로 이 컨퍼런스를 더 발전시킬 수 있게 조언을 준다면.
▲정교수=이번 파생상품 컨퍼런스의 주제는 학계와 업계의 내용이 섞여있어 이것을 나눠 발표하자는 의견도 있다. 학계에선 좀더 이론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길 원한다. 반면 업계에선 더 실질적인 내용을 보완하자는 요구가 깊다. 그래서 이틀을 나누어 하루씩 학계와 업계 위주의 논의가 이루어지게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챈스 교수=시카고선물거래소(CBOT)가 진행하는 컨퍼런스의 경우 학술적인 성격이 짙다. 그러나 실무자나 정부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하고 있다. 파생상품컨퍼런스에서 이틀 중 하루는 학계와 정부관계자들이 참여한 섹션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업계 실무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정부 관계자들은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데 여기에 권위있는 학계의 이론이 뒷받침된다면 규제당국과 업계가 의사소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은행이 후원하는 컨퍼런스가 브라질에서 열린 적이 있다. 이틀 동안은 누구나 컨퍼런스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번째 날은 초청된 전문가만 참석하는 비공개 섹션을 진행했다. 규제당국 관계자들도 빠졌다. 이 비공개 섹션에서 우리는 규제를 좀 더 느슨히 할 경우 파생상품의 수익률을 더 올리는 방법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것도 다음 컨퍼런스에 대한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많은 대학이 신흥 시장인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매년 진행하는 파생상품컨퍼런스도 지속적으로 알리다 보면 해외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컨퍼런스를 통해 각국 전문가들과 교류를 늘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컨퍼런스의 장점이 또 하나 있다. 행사를 통해서 세계 유수의 보기드문 인재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행사가 없었다면 e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인재들과 접촉하는데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리=cameye@fnnews.com 김성환 이세경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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