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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연극혼 한국에서 부활하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자 슈만 서거 1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음악가 뿐 아니라 연극인들 중에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무엘 베케트가 올해로 태어난지 꼭 100년이 됐고 독일 극작가 겸 연출가로 서사극 이론을 창안해 발전시킨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가 서거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56년 9월14일 연극 연습도중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브레히트의 삶과 작품세계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무대가 연이어 열려 주목된다.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브레히트의 대표작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이미 지난 5일부터 서울 동숭동 게릴라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이윤택이 연출을 맡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한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 독일의 30년전쟁을 배경으로 한 원작의 무대를 6·25 당시 전남 남원 일대로 옮기고 브레히트의 서사양식을 한국 전통 공연 양식으로 바꾸는 등 해외극의 한국적 수용을 실험했다. 연출가 이윤택은 “이번 작업을 통해 나와 브레히트의 변증법적 만남을 기대했다”면서 “원작의 구성과 작가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역사현실과 공연양식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오구’ ‘바보각시’ 등에서 이윤택과 호흡을 맞췄던 최우정 서울대 음대 교수(음악감독)와 브레히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원양 한양대 독문과 교수(번역)가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1만5000∼2만원. (02)763-1268

◇그래도 지구는 돈다=서울시극단은 브레히트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생애’를 원작으로 한 ‘그래도 지구는 돈다’를 오는 15일부터 10월15일까지 서울 동숭동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무대에 올린다. 1938년 초연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생애’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겪는 한 개인의 갈등이라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브레히트가 3번이나 개작했을 만큼 애정을 가졌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브레히트는 이 연극을 연습하던 도중 사망했다).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 연극인의 교류를 위해 지난 9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베세토연극제 공식 출품작이기도 한 ‘그래도 지구는 돈다’에는 ‘하녀들’ ‘흉가에 볕들어라’ 같은 작품을 만들었던 젊은 연출자 이기도와 일본 무대디자이너 이토 마사코 등이 스태프로 참여하고 영화 ‘박봉건 가출사건’ ‘그때 그 사람들’ 등에 출연했던 연극배우 정원중이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을 맡았다. 1만5000∼2만5000원. (02)396-5005

◇서푼짜리 오페라=독일 출신의 홀거 테슈케가 연출을 맡은 ‘서푼짜리 오페라’는 오는 11월15일부터 12월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1926년 독일 베를린에서 초연된 ‘서푼짜리 오페라’는 독일 작곡가 쿠르트 바일(1900∼1950)과 브레히트가 호흡을 맞춘 음악극으로 기존 연극이나 오페라에 반기를 든 실험적 형식과 음악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다. ‘서민들을 위한 싸구려 오페라’를 표방한 이 작품에는 사회주의를 신봉했던 브레히트의 날카로운 사회비판 의식과 쿠르트 바일의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멜로디가 절묘하게 녹아있어 이채롭다. 배우 오디션을 위해 지난 3월 한국을 찾았던 연출자 홀거 테슈케는 “‘서푼짜리 오페라’에는 ‘몇몇이 어둠 속에 있고 몇몇은 빛 속에 있다’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면서 “브레히트가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연극을 통해 암흑 속의 사람들도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만5000∼3만원. (02)580-1300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