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중국)=김세영기자】그 옛날 용왕에게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아들은 마을 처녀와 사랑에 빠졌지만 두 사람의 연은 결실을 맺을 수 없었다. 비관한 용왕의 아들은 결국 마음의 병을 얻어 죽고 만다.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처녀도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라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용왕 아들의 이름은 야룽(牙龍)이었고 죽어서 섬의 일부가 되었다.
중국 하이난(海南)섬 야룽(亞龍)만에 얽힌 전설이다. 중국 정부가 이곳을 개발하면서 어금니 아(牙)로 쓰던 지명을 ‘아시아의 용’이라는 뜻으로 바꾸기 위해 버금 아(亞)로 바꾸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는 4시간 거리다.
산야(三亞)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20분을 달리자 중국국가리조트단지(China National Resort)라고 쓰여진 커다란 표지판이 나온다. 좌우로 고무나무가 길게 늘어선 가로수 터널을 5분가량 더 달리자 리조트 단지다. 메리어트, 리츠칼튼 등 세계적인 호텔들이 해변가에 몰려 있는 게 제주 중문관광단지를 연상시킨다.
리조트 단지 바로 옆에는 선밸리와 야룽베이GC가 있다. 두 곳 모두 하이난에서 골프장 관리 수준이 가장 높기로 정평이 나있다.
선밸리GC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코스를 커다란 산이 빙 둘러싸고 있다. 산 이름을 물어보니 ‘훙시아(紅霞嶺)’라고 한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붉은 노을의 산봉우리’다. 해질녁 수평선과 산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는 노을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대국인들답게 이곳 주인은 마지막 18번홀을 무려 828야드짜리 파6홀로 만들어놨다. 기준 타수(파)가 73타인 이유다. 티잉 그라운드도 널찍널찍하고 7개홀에서는 멀리 야룽만의 수평선이 보인다. 산에 둘러싸여 있지만 사막코스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몇몇 홀에는 자연 그대로의 맨 땅에 커다란 선인장 등을 조성해 놨다.
야룽베이GC는 호텔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하나의 거대한 호수를 빙 둘러가며 코스가 조성되었다. 때문에 장타보다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골프장이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작품인 이 코스는 미국 골프잡지 ‘골프다이제스트’에 의해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코스가 좋은만큼 아시아프로골프(APGA) 투어 TCL클래식 등 프로골프 대회도 매년 3개 정도 열린다.
클럽 하우스 한쪽 벽면은 폴 케이시, 데이비드 하웰(이상 잉글랜드), 폴 맥긴리(아일랜드), 테리 필카다리스(호주) 등 유명 프로골프 선수들의 사인으로 채워져 있다. 낯익은 이름이 있어 보니 ‘독사’ 최광수다.
선밸리나 야룽베이GC 모두 캐디들이 간단한 한국말을 하므로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한국 골퍼들을 위해 클럽 하우스 메뉴판에는 신라면도 있다.
호텔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나가면 시내다. 현지인들이 찾는 시장에 가면 몇 푼 안 주고도 온갖 해산물로 배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중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알고 싶어 바를 찾았더니 청춘남녀들이 이효리의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밤을 즐기고 있었다.
발코니에 서면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메리어트호텔에서는 매주 토요일 밤 불꽃놀이와 라이브공연이 펼쳐진다.
대한항공, 하이난항공 등이 인천-산야간 노선을 운영하고 있고 매일 저녁 출발한다.
/freegolf@fnnews.com
■취재협조:GMIS(02-2071-6671), 산야메리어트호텔(www.marriott.com/SYXMC)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