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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Inside] 미투제품, “무임승차” VS “시장확대” 끝없는 공방


오예스-오와우, 불가리스-불가리아, 조리퐁-졸리굿, 비타500-비타1000, 17차-25선차, 아미노업-아미노밸류, 오뜨-오뉴….

이름만 들어도 서로 헛갈리는 제품들이다. 이들은 디자인도 비슷해 소비자들의 판단에 혼동을 주기도 한다. 식품시장에는 이와 같은 이른바 ‘미투제품’이 많다.

‘미투제품’이란 경쟁사의 인기제품을 모방해 기존 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들 미투제품은 선도제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시장에 손쉽게 진입해 이익을 얻는다. 시장에서 선도제품의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변화시켜 가격인하를 유도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고 다양한 마케팅경쟁을 통해 시장규모를 확대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도제품을 내놓은 업체의 입장에서는 미투제품은 눈엣가시같은 존재.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한다는 신념으로 마케팅활동을 펼쳐 성공을 거뒀을 경우 그 꿀맛같은 과실을 ‘얄미운’ 미투제품과 나눠야 하기 때문. 또한 제품의 공급량이 늘어나 수익성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에 최근 몇년 동안 미투제품과 관련된 상표권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끝없는 소송과 비방전

롯데제과는 이달 초 스낵제품 ‘꿀맛이네’를 국내 출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해태제과 ‘맛동산’의 미투제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해태제과측은 “롯데제과의 ‘꿀맛이네’는 자사의 ‘맛동산’과 포장 디자인뿐 아니라 맛, 모양까지 똑같은 짝퉁”이라며 정면대응했다. 또한 롯데제과가 판매하는 ‘마이볼’도 해태의 히트상품인 ‘홈런볼’과 구분하기 힘든 짝퉁 과자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해태제과도 ‘미투제품 논란’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롯데제과가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한 것. 롯데제과는 해태제과의 ‘석류미인’껌이 자사제품을 모방했다며 법원에 제소, 지난달 승소판결을 받았다.

미투제품을 둘러싼 물고 물리는 싸움은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발효유 싸움이 일어났었다. 매일유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와 비슷한 ‘불가리아’로 이름짓자 남양유업이 소송을 제기한 것. 이 싸움은 남양유업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남양유업도 매일유업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내놓았던 적이 많다. 지난 97년 매일유업이 컵커피 음료 ‘카페라떼’를 내놓자 남양유업이 비슷한 용기 디자인의 ‘프렌치카페’를 출시했고 98년에는 매일유업이 ‘맛있는 우유속 딸기과즙’으로 과즙우유 시장에 뛰어들자 남양유업은 4년 뒤 ‘우유속 진짜 과즙 듬뿍’ 시리즈로 응수했다.

이외에도 식품업계 ‘미투제품’ 논란 사례는 부지기수다.

■미투제품, 무시못할 전략적 효과

이처럼 업체들은 서로 비방과 소송을 주고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미투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분명히 아이디어 도용이고 시장에 ‘무임승차’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또한 ‘미투제품’ 시비에 휘말릴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미투제품을 만드는 것은 각사의 마케팅 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CJ가 출시한 ‘햇반’은 즉석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상품이었다. 햇반이 독점상품으로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소비자들에게는 ‘즉석밥=햇반’이라는 공식이 뇌리에 박히게 됐다. 이같은 ‘이미지 고착현상’은 후발기업 입장에서는 난공불락의 진입장벽이 된다. 햇반이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경쟁사가 즉석밥 제품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은 후발주자의 즉석밥 광고를 보고 햇반을 떠올리고 만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이미지 고착화를 막기 위해 경쟁사들은 재빨리 아류상품을 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속히 만들어낸 아류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1∼2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같은 카테고리내의 월등히 우수한 제품을 내놓았을 때의 진입장벽을 제거해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단기간 시장확대 효과도

음료, 과자 같은 식품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여러가지를 따져보는 상품이 아니라서 미투제품 출시가 더욱 용이하다. 소비자는 가게를 찾아 식품을 구매할 때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것 혹은 맛있게 보이는 것을 구매할 뿐 경쟁제품과 꼼꼼히 비교 분석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미투제품은 자신이 속한 카테고리의 외연을 넓히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미투제품은 이렇듯 순작용도 엄연히 존재한다.
모든 식품회사들이 자사제품을 모방한 미투제품에 대해 일일이 법적 소송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도 이때문이다. 실제 업체들은 미투제품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면밀히 계산한 후 최후의 방법으로 법적 절차를 취하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관계자는 “상표권 관련 소송이 계속 이어지는 등 미투제품과 관련된 법적 제도가 하나 둘 마련되고 있다”면서도 “미투제품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 순기능 역시 있다는 것은 업계 공통으로 주지하는 사실이기 때문에 미투제품은 향후 계속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