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익환수제 약발 다했나.’
재건축 단지 가격이 꿈틀대면서 개발이익 환수제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개발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해 투자 메리트를 떨어뜨리면 집값도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산이 최근 들어 빗나가고 있다.
재건축 단지 밀집지역인 경기 과천시가 대표적인 예다. 과천 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개발이익 환수제를 피하지 못해 조합원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개발이익 환수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현지업소와 정보업체에 따르면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서울 강남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3000만원대를 넘어섰고 일부 평형은 4000만원 넘게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값이 하향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 ‘이익환수제 실효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개발이익 환수제에도 재건축 상승세
1일 과천시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인 주공 1∼12단지(총 9700가구) 중 개발이익 환수제를 피한 곳은 3단지(3110가구), 11단지(640가구), 12단지(44가구)뿐이다. 3단지는 지난 8월 관리처분총회 무효소송에서 조합이 승소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가장 진도가 빠른 11단지는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접수시킨 12단지도 가까스로 이익환수제를 비켜갔다.
그 외의 9개 단지들은 재건축 결의나 추진위설립 추진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개발이익 환수제 등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가격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되레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과천 주공 6단지 인근의 삼성공인측은 “보름 전에 비해 4000만∼50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16평형 5억2000만원, 18평형이 6억5000만원을 호가한다”고 전했다. 하나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매물이 달리는 등 분위기가 확연히 반전되고 있다”면서 “얼마 전 2단지 8평은 평당 4000만원 이상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도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도 회복세로 반전했다. 대치동 클릭부동산 서남규 사장은 “3·30 이후 최저 8억원까지 떨어졌던 은마 31평형이 지금은 9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약발 끝났다” vs “아직 체감 못해”
현지 업소들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이익환수라는 악재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악재가 나올 대로 나온 상태로 ‘더 이상 나쁠 것은 없다’는 바닥심리가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과천 별양동의 한 중개업소는 “대부분의 단지가 추진위 승인을 못 받고 사업이 제자리 걸음”이라면서 “그런데도 악재에는 내성이 생겼는지 한 달 전부터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대치동 클릭공인 서사장은 “급매물이 팔리면서 서서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향후 매수세에 따라 가격상승 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이익환수제를 체감하지 못해 오르는 일시적 상승이라는 의견도 있다. 벌써 이익환수제의 실효성에 금을 긋기에는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증권 프라빗뱅킹(PB)팀 김재언 과장은 “경기 파주 운정, 서울 은평 등지에서 고분양가 영향에다 정권 말기라는 점이 맞물려 재건축값이 꿈틀대고 있다”며 “하지만 이익환수금이 부과되면 또다시 값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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