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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숨결을 내뱉다 (국수호의 춤극 ‘무천’)


고구려 역사 압축한 춤극

고구려춤의 원형 복원에 큰 의미
■국수호 작, 총안무의 춤극 ‘舞天’

지난 3일(화), 5일(목), 7일 3일간 용산 국립박물관 용극장에서 디딤무용단의 『무천』 추석 특별공연이 3회에 걸쳐 공연되었다. 한국 대표 안무가 국수호의 춤극 『무천』은 ‘몸으로 100년 전 춤 무덤을 열듯’ 넓은 홀을 완전히 장악하며 고구려인의 숨결을 몽땅 토해놓았다.

지난 6월 국립극장의 공연에다가 삼족오에 대한 예례를 추가하고 출연진과 의상의 변형을 가져오는 등 느낌으로 와 닿는 『무천』 은 여전히 찬란한 고구려 향을 내뿜고 있었다.

10장으로 구성된 국수호의 『무천』은 방대한 고구려 역사를 한편으로 축약·축조한 춤극이다. 각 장에는 하나 혹은 두 서너 개의 개별 춤이 들어 있다. 이 작품은 이전의 서책이나 장르에서 다루었던 피상적 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고구려 연구열을 보여준다.

고구려 춤 원형을 찾아 중국과 북한 고분의 현지답사를 감행한 『무천』은 국수호의 드라마트루기 속에 성벽을 쌓듯 견고하게 완성되었다. 숨이 가쁠 정도로 박진감 있게 미학적으로 다가오는 『무천』 의 미장센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화려했고 재미있었다.

북한 문헌 등을 바탕으로 재현된 국수호의 창작 춤은 방대한 스케일로 고구려의 웅장한 기상과 찬란한 당시의 문화 수준을 가늠케 할 만큼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채택되어야 하는 작품이었다. 국수호가 장고 끝에 내보낸 메시지는 ‘보고 말하라’였다.

우리 역사 속의 고구려를 장엄하게 집대성한 이 작품은 우리 문화 상품의 세계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었다. 작은 공간에 담긴 고구려는 공간을 뛰어넘고,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와 대화하고 드넓은 영토에서 한 몸이 되어 사냥을 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각 장에 담긴 춤은 개별 작품으로도 충분한 독립성을 유지한 작품이었다. 이 개별은 유기적인 조합(sets)을 이루고 있었다. 분석과 해석을 위한 구별된 춤들은 나름대로 도도한 사적 묘미와 극적 구성을 소지하여 고구려 춤의 원형질을 파악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고구려 혼을 ?h는 작업은 『서무(序舞)』, 『무용총(舞踊塚-고구려의 혼』, 『부활-아! 고구려』(국가적 의식무), 『소서노(召西奴)의 춤』, 『사신무(四神舞)(청룡, 백호, 주작, 현무』, 『비조(飛鳥)의 춤(연희적 의식무)』, 『요령고무(腰鈴鼓舞, 무속무)』, 『황조가(黃鳥歌, 시가무), 『조의선인의 춤-고구려의 화랑춤』, 『비천무(飛天舞, 불교무)』, 『기악천무(伎樂天舞)-요고』(불교무), 『맞두드리 북춤(민속적 춤)』, 『요동천하의 남무(男舞), 여무(女舞)』, 『학탄신의 춤(신화적 춤)』, 『동맹제(同盟祭)-용호상박』으로 연결된다.

어둠을 가로질러 빛나는 선(善)으로 다가오는 동방의 불빛, 그 빛을 만드는 국수호, 그의 존재적 가치에 버금가는 『무천』은 상찬 받아 마땅하다. 그가 ‘무천’이라는 공간 위에 써내려간 고구려 혼들은 목멱산을 넘어 전국에 빛이 되어 흩뿌려졌다. 이미 한류의 전형으로 고대 중국에 전파되었던 고구려 춤이 복원된 것은 경하할 만하다.

불사조인 태양새, 벼슬달린 삼족오를 닮은 국수호. 그가 긴 동면을 털고 삼족오처럼 다시 나타나 남산을 비상하는 의식은 다친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서려는 확고한 의지에서이다.

국수호는 동과 서를 오가며, 굵직한 질곡의 역사를 치유해내며, 호쾌한 고대의 아름다움을 현대에 들추어내어 완벽한 클래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음양의 이치와 시대의 영웅들과 민초들…. 그의 두뇌와 손을 거치면 모두가 평범을 뛰어 넘었다.

『무천』은 고정레퍼토리로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 앞으로도 진성성이 묻어나는 예술작품을 양산하는 안무가 국수호가 되었으면 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