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으로 국내 외식 창업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조짐이다.
지난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폐점됐다 호주산 쇠고기로 기력을 회복 중인 쇠고기 전문점들은 연말과 내년 초에 신규창업 확대가 예상된다. 반대로 광우병 파동의 반사이익을 누렸던 삼겹살,돼지껍데기,곱창 전문점들은 일정 정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국내에서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창업 트렌드로 등장한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기대를 거는 눈치가 역력하다. 광우병 사태 이후 저가형 쇠고기점들은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를 내세워 영업활동을 유지, 강화해 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정상화되면 쇠고기 전문점들은 품질에서 호주·뉴질랜드산보다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산을 대거 대체하는 한편, 관련 신규창업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가형 쇠고기점 ‘행복한 우담’의 신석순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에 뼈 조각을 포함시키느냐를 놓고 양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본격적인 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늦어도 내년 설 이전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호주산 위주로 10여곳 영업중
현재 국내에 쇠고기 전문점으로 운영 중인 브랜드는 ‘오래드림’, ‘우쌈’, ‘우마루’, ‘아지매 숯불구이’, ‘우모리’, ‘행복한 우담’ 등 1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아지매숯불구이,행복한 우담은 저가형이다. 쇠고기 브랜드의 전체 점포 수는 약 200여 개 정도이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표 참조>
이 중 행복한 우담 등 2∼3개 브랜드는 쇠고기 하나만 취급해 전문성을 높여 국산 한우의 품질과 손색이 없는 제품을 3분의 1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판매비율이 6대4 가량인 ‘오래드림’의 박창규 사장은 “상대적으로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로 메뉴를 교체하면 돼지고기와 쇠고기 판매비율이 3대7로 역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사장은 “향후 쇠고기시장은 보다 질 좋은 고기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업체가 주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입산 쇠고기점 미국산이 주도”
쇠고기 전문점 관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화되면 목초비육을 하는 호주·뉴질랜드산에 비해 곡물비육으로 육질이 좋은 미국산이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아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광우병 파동 이전에 한국 쇠고기 외식시장을 석권하며 국내 소비자와 친숙했던 점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현재 수입쇠고기 시장을 선점한 호주산 메뉴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시점 전후로 가격인하 등 가격파괴 전략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재 쇠고기 전문점의 쇠고기 메뉴 가격대는 호주·뉴질랜드산 갈비살을 기준으로 1인분(150g) 6000원∼9000원대. 최근 수입물량 부족으로 1만원대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 곳도 있다.
기존 돼지고기 시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돼지삼겹살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품질과 가격대가 좋은 미국산 쇠고기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삼겹살이나 돼지갈비가 특정 소비계층의 메뉴인 만큼 가격보다 취향이나 맛으로 찾는 경향이 그대로 유지돼 계속 시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맛이나 품질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던 저가형 삼겹살 전문점은 낮은 질로 외면을 받는데다, 올초부터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돼지고기 가격으로 원가 부담까지 갖고 있어 미국산 쇠고기의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입물류망 갖춘 본사 잡아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최고급 한우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기존의 중고가 시장에 품질 개선을 자극해 전체 시장에 품질 향상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또한 창업시장에도 활기가 돌 전망이다.
강병오 대표는 “쇠고기 전문점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물류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원재료 수급은 원활한 지를 우선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본사에서 쇠고기 수입유통 회사를 함께 운영하면 신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광우병 악재가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므로, 쇠고기 ‘단독’ 전문점보다는 돼지고기나 해물 등 다른 메뉴를 접목해 판매하는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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