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올 시즌 드라이버 정확도를 10%만 더 끌어 올렸더라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그의 독무대가 되어 나머지 선수들은 그가 출전하지 않은 대회에서나 우승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올 시즌 우즈는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에서 평균 306.4야드를 날려 6위에 랭크된 반면 드라이버의 정확도 부문에서는 절반을 조금 넘은 60.71%만이 페어웨이를 지켜 전체 139위에 올랐다. 78.43%로 이 부문 1위에 랭크된 조 듀란트(미국)와는 무려 18%나 차이가 난다.
장타에다 정확성까지 겸비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만 공평한 신은 이를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롱 드라이빙 부문 ‘톱5’ 중 정확도 부문에서 100위 이내에 든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19.6야드로 1위를 차지한 ‘괴력의 장타자’ 부바 왓슨(미국)은 정확도가 절반 수준을 갓 넘긴 51.50%로서 191위, 2위에 랭크된 J B 홈스(미국)는 187위, 3위 로버트 가리쿠스(미국)는 177위, 4위와 5위에 랭크된 브렛 웨터리치와 존 댈리(이상 미국)도 각각 122위와 190위에 그쳐 ‘장타와 정확도는 반비례한다’는 등식이 사실임을 입증시켜주고 있다.
그렇다면 비거리와 정확도 중 어느 것이 스코어 메이킹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걸까. ‘8자 스윙어’ 짐 퓨릭(미국)과 ‘코리안 탱크’ 최경주(36·나이키골프)를 비교해 보면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퓨릭은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에서 159위(281.8야드)였고 최경주는 112위(287.0야드)였다. 하지만 정확도면에서는 퓨릭이 8위(73.85%)에 랭크된 반면 최경주는 65.03%로 70위에 그쳤다. 물론 아이언 정확도를 가늠하는 그린 레귤레이션과 평균 퍼트수에서 퓨릭이 최경주를 다소 앞서긴 하지만 그 데이터가 드라이버 정확도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 시즌 두 선수의 상금 순위가 각각 2위와 27위로 갈리게 된 직접적 원인은 다름 아닌 드라이버 정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는 비거리’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이 되면서 장타를 골프의 최고 덕목으로 간주하는 주말 골퍼들이 늘고 있다.
일종의 ‘장타 신드롬’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속보다는 전시 효과를 노리는 ‘공갈포’ 일색이다. 아무쪼록 모든 주말 골퍼들이 고개숙인 ‘공갈포’보다는 당당한 ‘짤순이’가 되길 바란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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