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양재혁기자】"저는 클러스터 전문가는 아닙니다. 다만 10여년동안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통해 발전 단계별로 비전과 필요한 사항을 제시했고 잘 맞아 떨어졌을 뿐입니다."
지난달 29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내 첨단의료기기 테크노타워에서 만난 원주의료기기 테크노밸리 윤형로 원장(사진)은 원주 의료단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대해 이처럼 말문을 열었다.
올 초 원주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 역까지 맡게된 윤 원장은 '한국의 프레드릭 터먼'이라고 불린다.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터먼 교수는 스탠퍼드 공대 교수 시절 제자에게 창업을 권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따오는 등 지금의 실리콘밸리 주춧돌을 놓은 인물로 평가 받는다. 윤 원장과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윤 원장이 연세대 의공학과 교수이던 지난 98년 대학원생을 데리고 창업을 결심한 데는 당시 시작된 지방 캠퍼스의 몰락과 맞닿아 있다. 어렵게 가르친 제자들이 졸업 후 자리를 못 잡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특성화만이 지방 캠퍼스 살길이라고 판단해 몇몇 대학원생을 데리고 창업을 결심했다"면서 "연세대, 상지대, 한라대 등 의료기기 관련 학교 특성을 살려 의료기기 단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창업과 동시에 부닥치는 것은 바로 자금 문제. 윤 원장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를 찾아 다니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절 당했다. 중앙정부 지원을 포기한 윤 원장은 그날부터 '멘땅에 헤딩'하기 시작했다. "허허벌판 강원도에서 기업한다니까 중앙정부가 이해를 못했지요. 수천명을 찾아 다니며 공장 유치부터 자금 지원까지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원주의료기기 단지는 10년동안 발전을 거듭해 태장단지와 10만평 규모 동화공단을 거느린 의료특화 단지로 성장했다. 입주기업도 60여곳으로 늘었고 전체기업 매출도 올해 13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메디아나, 메디게이트 등 원주 의료기기업체 사장들이 윤 원장 밑에서 배운 대학원생들. 두 회사는 연세대,원주시의 지원에 보답해 매년 연세대 학생들을 채용하고 산학협동 강의도 한다. 중앙정부 도움 없이도 실리콘밸리처럼 산학연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서 클러스터 발전상을 체득한 경험으로 혁신 클러스터 정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현 정부의 혁신 클러스터 정책은 마치 붕어빵 찍어내는 듯 합니다. 원주, 군산, 구미 등 7곳의 발전단계, 조건이 다 다른데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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