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늘리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려면 경제성장은 끊임없이 지속돼야 한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개발’이 필수다. 그러나 개발은 일자리를 늘려주고 주머니를 돈독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각박함을 만들어 내고 환경을 더럽히기도 한다.
이를테면 더 심한 경쟁으로 아침식사 시간이 줄어들고 공기와 수질이 오염돼 우리 자식들에게 ‘아토피’와 같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이러한 부작용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나 이 문제를 ‘자본’의 힘으로 바로 잡으려는 시도가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만 투자하는 SRI펀드(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Fund:사회책임투자)가 그렇다.
농협 CA투신운용 박창석 펀드매니저(34)는 국내에 몇 안 되는 SRI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다른 펀드매니저와 달리 ‘히피’적인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그는 바투 넘긴 헤어스타일에 깔끔히 양복을 차려 입고 있었다.
박 펀드매니저는 “SRI펀드란 △배당률이 높은 기업 △환경 지킴에 관심이 많고 △지배구조가 우수하며 △사회 공헌도가 높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에만 투자하는 펀드”라며 “이런 기업들이 환경 등을 등한시한 채 단기 실적만을 노리는 회사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는 지난해 8월 설정된 ‘농협CA뉴아너스SRI펀드’로 공모와 사모가 섞여 있다. 지난해 추석 전까지는 설정액이 870억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SRI펀드가 잇따라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올 초 2300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이 공모펀드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5.5% 정도.
그는 “수익률이 월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SRI펀드를 단기적 수익률로만 평가할 수 없다”며 “장기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장기투자를 전제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RI펀드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SRI펀드가 장기 투자의 전형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을 찾다 보면 대상 기업이 부족해 결국 대형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게 된다”며 “미국은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등 SRI펀드 관련 벤치마크가 있지만 우리의 경우 벤치마크가 없어 운용에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개인의 투자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 자신의 수익률과 직결되는데 매력을 느껴 펀드매니저를 선택했다”며 “SRI펀드는 여기에 환경과 ‘우리’도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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