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업신여기던 일본 기술자 콧대를 납짝하게 해줬습니다. 발주처에서는 ‘한국 엔지니어가 더 낫다’고 손가락을 치켜들더군요.”
송하청 GS건설 플랜트기획관리담당 상무(사진·00세)는 지난 2000년 여름, 이란 아살루의 아로마틱(석유화학제품의 일종)시설 건설현장 일화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이란 아로마틱 프로젝트는 일본 도요, 이란 사제, 그리고 GS건설이 컨소시엄을 맺어 참여한 사업이다. 당시 한낮엔 수은주가 섭씨 53도까지 치솟는 가마솥 더위였으나 더위보단 일본 업체들의 ‘너희들이 뭘 아냐’는 식의 태도가 송상무를 더욱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한다. 송상무는 GS건설의 엔지니어링 기술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터였다.
당시 프로젝트 메니지먼트(PM)을 맡고 있던 송상무는 ‘일본 업체 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매진했다. 직원들과 밤샘토론을 해가며 아이디어를 냈고, 마침내 발주처는 도요와 GS건설의 아이디어를 비교한 후 GS건설의 아이디어가 더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일이 술술 풀렸다. 당시 일본과 한국 건축 자재의 가격이 비슷했지만 송상무의 설득으로 한국산 건축자재를 갖다 쓰기에 이른다. 기자재 수송도 한국 업체에 맡겼다. 도요측은 끝까지 일본 제품을 고집했지만 발주처는 GS건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송상무는 이를 “한국 건설의 작지만 의미있는 쾌거”라고 표현했다.
국산 기자재를 실은 한국 바지선이 이국만리에 도착했던 그 날도 기억이 생생하다. 300여명의 각국 임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구로 들어오는 배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는 “선장이 갑판에서 내려오면서 한국인인 나를 알아보고 거수경례를 했고 우린 눈빛을 주고 받으며 눈시울이 불거졌다. 외국인 직원들에 둘러싸여 감격스런 포옹을 했다”고 감회를 전했다.
과거 무용담을 늘어놓던 그가 갑자기 말꼬리를 돌렸다. 세계 플랜트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은 미래로 가는 원동력이 될 때에만 그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석유화학은 오는 2009년이후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고 정유쪽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면서 “그래서 세계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스분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83년에 럭키엔지니어링 엔지니어로 입사한 송상무는 플랜트 분야에서만 일해 온 전문가다.
어학에도 관심이 많아 영어와 일어,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어에 푹 빠져 산다고 한다. 그가 신입사원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성공하려면 입사한 후 5년간 돈·시간·열정을 모두 쏟아 투자하라.” 이 말 속에 GS건설 엔지니어들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비결이 숨어 있는 듯하다.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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