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 투어 밥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총상금 500만달러)이 열리기 4일 전인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연습라운드를 돌던 나상욱(23·코오롱)은 골프채가 4개나 부러지는 일을 겪었다.
매너저를 맡고 형 오스틴(한국명 나상현)이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골프채가 로프에 걸린 줄 모르고 그대로 진행하다 드라이버, 5번 우드, 4번 아이언, 퍼터의 샤프트가 부러진 것. 상대적으로 길이가 긴 클럽들이다. 퍼터는 왜 걸렸을까. 나상욱은 평소에는 일반 퍼터를 사용하지만 연습 때는 벨리퍼터를 사용한다.
다행히 타이틀리스트의 피팅카가 현장에 있어 급히 수리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같은 사양으로 바꿨어도 프로 선수가 하루 아침에 새로운 걸 사용하는 건 왠지 찜찜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해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1년을 허비한 나상욱에게 올 시즌 첫 대회 의미는 남다르다.
나상욱은 그러나 지인과의 통화에서 “액땜한 셈 치겠다. 잘 되려고 그러나보다. 편하게 생각하겠다”고 했다.
나상욱은 자신의 말처럼 밥호프크라슬러클래식 첫날 4언더파를 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클래식클럽 골프장(파72·7305야드)에서 대회 1라운드를 치른 나상욱은 버디 6개를 쓸어담고 보기는 2개로 막았다. 선두 로버트 앨런비(호주·9언더파 63타)에 5타 뒤진 공동 19위다. 이 대회가 5라운드 90홀짜리인 데다 4위 그룹과는 불과 2타차여서 상위권 진입 전망은 밝다.
쉬는 동안 체력을 다진 나상욱은 이날 평균 303.5야드에 달하는 드라이브샷을 날렸다. 출전 선수 가운데 공동 9위다. 그린 적중률도 72.2%에 달할만큼 아이언샷도 좋았다. 총 퍼트 수도 27개로 좋았다. 다만 그린을 놓친 5번홀(파4)과 10번홀(파4)에서 파 세이브에 실패한 게 아쉬웠다.
버뮤다듄스 골프장(파72·7017야드)에서 첫날을 마친 재미동포 앤서니 김(22·나이키골프)은 이븐파 72타로 공동 95위에 그쳤다. 올해 루키로 아직 긴장이 덜 풀린 듯 자주 그린을 놓쳤고 퍼팅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 첫 투어에 모습을 드러낸 필 미켈슨(미국)은 실전 감각이 다소 떨어진 듯했다. 첫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이후 보기, 보기, 더블 보기를 기록했다. 미켈슨은 그러나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데 이어 10번홀부터 4개홀 연속 버디를 챙기는 위력을 과시했다. 2언더파 70타로 마쳐 공동 47위에 머물렀다.
라킨타 골프장에서 경기를 펼친 앨런비는 그린 적중률 100%의 컴퓨터 아이언샷을 앞세워 버디만 9개를 챙겼다.
공동 2위 마크 캘커베키아와 크레이그 카나다(이상 미국)와는 2타차다. 왕년의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도 공동 12위(5언더파 67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는 4개 코스에서 4라운드를 치른 뒤 상위 70명만 골라내 최종 라운드에서 순위를 가린다.
/freegolf@fnnews.com 김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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