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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힘을 키워라] 기고/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자본시장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적 인프라다. 세계 각국이 자본시장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이 정부 논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핵심내용은 투자은행 육성, 금융혁신 유도 그리고 투자자 보호의 효율화다. 명심할 점이 있다. 법적인 제도 개혁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회사들이 준비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다. 자본시장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금융회사들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자본시장의 금융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증권사 스스로 ‘금융해결사(financial solution provider)’로 거듭나야 한다. ‘증권사는 곧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하우스’라는 전통적 인식을 개혁하는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상 금융투자회사는 바로 외국의 투자은행을 염두에 둔 한국의 금융해결사다. 금융투자회사의 미션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직면하는 금융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차세대 성장산업에 적합한 증권설계, 교육투자, 사회간접자본 확충,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상품 개발, 에너지 및 자원개발펀드, 환경문제 해결 등 국가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사주의 효율적 관리, 맞춤형 우리사주조합, 인수합병 자문 등도 금융해결사의 주요 사업 영역이다.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증권사 대응전략의 출발점이다.

둘째, 자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동일한 투자은행이란 명칭을 사용해도 사업모델은 실로 다양하다.

선진 투자은행을 보면 무엇보다 자기자본투자(principal investment)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도 대형 금융투자회사는 자기자본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자본투자를 확대하려면 적절한 투자대상 발굴 능력, 투자위험의 관리 능력 그리고 자기자본 확충이 요구된다. 선진 투자은행 중에서 자기자본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은 단연 골드만삭스이다. 그만큼 위험을 인수하고 관리하고 상품화하는데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기업금융과 자산관리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살로몬 스미스바니를 인수합병한 시티그룹 글로벌마켓은 채권분야에 강점이 있다.

투자은행이 모두 대형사인 것은 아니다. 특화 투자은행도 많다. 제퍼리즈는 성장형 중소기업에 특화하여 일련의 투자은행서비스를 제공한다. FBR는 부동산유동화, 리츠 , 주택저당증권(MBS) 등 부동산 전문 금융투자회사이다. 제퍼리즈와 FBR는 한국의 금융투자회사들이 주목할 만한 특화 투자은행이다.

셋째, 투자자를 비롯한 금융소비자 보호와 편익 제고가 모든 사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금융투자상품이 포괄적으로 정의되고 다양한 자본시장업무를 겸영하게 되면 그만큼 컴플라이언스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 업무영역이 넓어졌다고 좋아만 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책임도 늘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회사 스스로 준법문화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확대된 업무영역과 금융상품의 성공적 사업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위험관리나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은 새로운 업무와 신금융상품의 구조, 위험요인, 이해상충 가능성 파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자본시장 빅뱅은 말 그대로 폭발, 분열, 생성 그리고 융합을 초래할 것이다. 빅뱅을 통해 파편조각으로 전락하느냐 새로운 행성으로 거듭나느냐는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벽은 눈뜨고 있는 자만이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