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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슈리포트] 주총 시즌 돌입…‘기관’ 어디로 튈까



‘기관투자가의 속마음이 이번 주총 변수.’

12월 결산법인 상장사들이 12일부터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했다.

이번 주총 시즌에서는 무엇보다 기관투자가 입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연금,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장하성 펀드), 미래에셋,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기관의 움직임에 주총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영권 분쟁 및 지분경쟁 등이 이번 주총에서도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감자 및 기업분할도 주요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다.

이밖에 매년 주총장에 나타나는 불청객인 ‘총회꾼’에 대한 기업들의 달라진 대응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주행동주의 나서는 기관투자가

자산운용사, 연기금, 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주총에서는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이번 주총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가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2개사로 전년에 비해 7.87%나 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521개 상장기업에 평균 2.63%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69곳에 이르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총서 제 목소리를 낼지가 관심사다.

특히 임원보수 한도의 과다증액 등 연금가입자 및 수급자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말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예외적인 경우 경영권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드러나듯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장하성 펀드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주총에서 보일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펀드는 현재 대한화섬, 태광산업, 크라운제과, 동원개발, 화성산업, 대한제당, 신도리코, 벽산건설 등 8개 상장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장 펀드는 최근 벽산건설을 대상으로 대주주의 지분 20%를 무상 소각하라고 요구, 대립각을 세우면서 증권가 핫 이슈로 급부상했다.

또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고 1위로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만 34곳에 달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주총시즌을 맞아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박현주 회장이 “기업이 투자를 해야 성장하고 주가상승도 가능해진다”며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번 의결권 행사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33개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최근 투자기업들에 대해 올해 배당계획과 실적전망,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을 요구하는 경영질의서를 발송하는 등 주총 발언권 극대화에 나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주체가 개인에서 펀드로 넘어간 만큼 자산운용사들도 이제 주총 안건에서 ‘찬성’ 일색으로 넘어가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단골메뉴 경영권 분쟁과 소액주주 운동

이번 주총시즌에도 경영권 분쟁 기업들이 어김없이 등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오는 3월 주총이 열릴 예정인 동아제약이 최대 관심사다. 최근 전경련 회장 3선 연임을 포기한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 사이의 부자간 물밑 작업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 경영진과 현 경영진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아인스도 오는 3월16일 열리는 주총에서 새 경영진이 구성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KT&G는 지난해 표 대결을 통해 경영진에 합류한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올해 주총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관심사다.

이밖에 파인디지털, 네오웨이브, 디앤에코 등도 주총에서 잡음이 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성신약과 성창건설의 주총도 주목받고 있다.

일성신약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저배당 정책에 항의하며 2년째 회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회사 정관에 배당성향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성창건설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 모임을 결성해 지난해 회사측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감자·기업분할·합병도 주요 안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이사회를 열어 감자를 결정한 기업은 코스피시장 7개, 코스닥시장 18개 등 25개에 달하고 있다. 엔터원, 시큐어소프트, 팝콘필름, 에프와이디, 엔디코프, 튜브픽쳐스, 디지웨이브 등 25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최근 주총에서 감자를 확정했거나 앞으로 주총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감자는 기업손실이 늘어나 자본잠식이 발생한 경우 자본금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되며 통상 부실기업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향후 주총에서 경영부실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업체별로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동신에스엔티가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90% 감자를 실시키로 한 것을 비롯해 엔터원 팝콘필름, 삼화네트웍스, 튜브픽쳐서, 디지웨이브, 한국사이버결제, 리젠, 닛시, EBT네트웍스, 마틴미디어, 유젠텍, HK저축은행 등이 대규모 감자를 결정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인큐브테크, 국제상사, 아이브릿지, 로케트전기, 보지, 세신 등이 감자를 추진하고 있거나 확정했다.

엠넷미디어, 프리샛, 솔빛텔레콤 등은 합병을 이번 주총에서 승인받게 된다. 또 네오위즈, 넥스트코드, 미디어솔루션, 옐로우앤실리샌드 등은 회사분할 계획을 주총 안건에 넣었다.

이밖에 시큐어소프트, 라이브플렉스, 팝콘필름 등은 적대적인 인수합병에 대비, 경영권 방어 조항을 새로 넣기도 했다.

■저배당 정책 반발 예상

12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현금배당을 공시한 110개사 배당 총액은 4조6514억원으로 이들 회사의 지난해 배당총액에 비해 6.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해 기업들의 이익감소폭을 감안해 추정한 2006회계연도 상장사 전체 배당총액은 7조4589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4.5%나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사 배당총액은 2004년 정점을 이룬 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줄어들어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순이익 감소로 주당 배당금을 1000원으로 전년 대비 20% 줄이기로 했고 LG전자는 1250원에서 750원, 삼성SDI는 1500원에서 600원으로 각각 축소할 계획이다.

반면 국민은행은 주당 배당금을 3650원으로 전년의 550원에서 6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고 LG데이콤은 주당 배당금을 250원에서 600원으로 올려 대조를 보였다.

증시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지난해 유가상승과 환율하락 등의 어려움으로 실적이 악화돼 배당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실적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배당 매력은 갈수록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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