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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뿌리 제조업] 일본-모노쓰쿠리 기술기업 ②도세이일렉트로빔


【도쿄=양재혁기자】 지난달 말 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열차로 두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인구 400만의 다마 지역. 지난 2006년 중소기업 기반기술고도화법에 따라 고기능 화학합성기술 개발사업 추진업체로 선정된 도세이일렉트로빔이 있는 곳이다.

지난 77년 자동차 생산업체 기술자였다가 전자빔을 이용한 용접 회사를 차린 우에노 다모쓰 사장(67)은 지난해 경제산업성으로부터 ‘건강한 모노쓰쿠리 중소기업 300사’ 표창을 받으며 유명해졌다. 올해로 30년을 맞은 도세이일렉트로빔은 올해 15억엔(1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도세이일렉트로빔의 전자빔, 레이저를 이용한 용접은 전국에 500개 이상의 경쟁업체가 있다. 하지만 도세이의 기술은 금속, 유리, 세라믹, 합성수지까지 용접, 절단을 가능케 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전자빔, 레이저를 이용한 가공은 F1용 경주자동차, 우주왕복선, 항공기 부품 등 정밀함이 요구되는 산업에 주로 이용됐다.

지난 87년부터 미국 F1용 자동차 개발에 도세이일렉트로빔은 참여해왔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속성을 감안해 한 치의 오차도 생기면 안 되는 용접술을 자랑했다. 우에노 사장은 “구체적으로 차체 어떤 부분을 만들었는지는 계약조건상 알려줄 수 없지만 점차 작아지고 빨라지기 위한 기술 진보에 우리 용접술이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보잉777기 엔진 부품도 도세이의 가공을 거쳐 탄생했다. 대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더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잉사로부터 엔진부품 가공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혼다제트기, 연료전지 자동차, 로봇, 의료기기 등도 도세이일렉트로빔의 정밀한 용접술의 결과물이다.

도세이일렉트로빔은 지난해 3억엔, 2억엔짜리 용접기를 각각 도입했다. 우에노 사장은 “발주자인 대기업들의 수요나 기술제안에 맞추려면 항상 최신 기계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학, 행정기관과의 적극적인 산학연대도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은 비결이다. 우에노 사장은 또 “사장인 내가 적극적으로 정부,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우리 회사를 알린 것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도세이일렉트로빔은 그 덕에 전국 고도기술기업인 모임인 ‘광역강자연합’에 뽑히기도 했다.

도세이일렉트로빔은 올해 창사 30주년을 맞아 ‘브랜드 경영’을 제1목표로 세웠다. 일본에 용접가공업체 수는 총30만개. 이중 대부분은 대기업 등 발주기업의 주문이 있어야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매년 매출이 불안정했다. 도세이도 지난해까지 선주문-후제작 시스템으로 움직였다. 이대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깨달은 우에노 사장은 올해부터 자사 제품을 브랜드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도세이(東成)라고 선명하게 찍힌 제품들을 올 초부터 출시해 필요한 기업에 공급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우에노 사장은 “브랜드화는 중소기업에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도세이일렉트로빔은 지난해 10월 고리야마 지역에 ‘고리야마 기술센터’를 완공했다. 여기선 정밀부품, 금형에 붙은 먼지·때를 제거하는 탄산가스레이저 표면청소장치 ‘이레이저(Eraser)’를 생산 중이다. 이레이저는 도세이일렉트로빔의 첫 자사 브랜드이기도 하다.

도세이일렉트로빔 측은 자신들이 대기업을 물리치고 살아남은 데는 △업계 1위의 기술력 △같은 업종에서의 인맥 △상담, 지원, 소개 등 행정기관 활용 △변화에 즉시 대처 △언론기관에 적극 협력 △10년 장기계획 등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브랜드 경영과 더불어 또 하나의 목표는 품질경영이다.
국제항공우주품질인증인 JISQ 9100을 취득하려고 한다. 우에노 사장은 “ISO 9001만 갖고는 발주자의 수요에 대응하기 불충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항공관련인증(NADCAP), 환경인증(ISO 14001) 등도 올해 안에 취득할 예정이다.

/yangja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