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6일 밝힌 세금탈루 유형을 보면 상당수 세금 탈루자들은 여전히 고객에게 현금납부를 유도하거나 친·인척과 종업원 명의를 빌리는 수법 등으로 자신의 수입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온라인 게임아이템을 이용해 소득을 숨기려한 탈세자도 적발돼 탈루수법은 점차 지능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학원, 현금결제 수입탈루 ‘근원지’
서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안모씨(39세)는 지난 2003년부터 병원을 찾은 고객에게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6억원의 수입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안씨는 성형외과 진료과목 대부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내역을 통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고객에게 “현금결제시 할인혜택이 있다”고 제안했다. 안씨는 또 광고선전비 등 실제 지출하지 않은 금액을 경비라고 속이고 5억원의 소득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안씨에게 총 11억원의 탈루소득을 밝혀내고 소득세 5억원을 추징했다.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51세)도 고객에게 현금납부를 유도해 15억원의 소득을 빼돌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진신고로 파악한 소득을 넘어선 1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인 점을 집중 조사했다”면서 “조사를 시작했을때는 이미 수강증 발급현황 등 기초장부를 폐기처분한 상태여서 실제 매출액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15억원의 수입을 빼돌린 이씨에게 법인세 등 11억원을 추징했다.
■명의 도용으로 고급주택 분양수입금도 빼돌려
인천에서 주택건설분양 사업을 하는 김모씨(47세)는 서울에 100평형 고급주택 15호를 신축,분양했다.
그러나 김씨는 14명의 지인들에게 부탁해 이들이 직접 대지를 취득하고 주택을 신축한 것으로 꾸몄다. 이런 수법으로 김씨는 분양수입금 187억원을 신고하지 않았고, 국세청은 조사후 밝힌 원가 169억원을 제외한 탈루소득 18억원에 대해 소득세 등 19억원을 추징했다. 특히 김씨는 부동산미등기 전매행위 등 고의·악의적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고보고 관계기관에 통보와 고발조치를 각각 내렸다.
아울러 서울에서 부동산 시행업을 하는 이모씨(45)도 시공사인 한 건설사와 이중계약서를 쓰고 가짜로 계산한 공사원가 93억원을 건설사 계좌에 입금한 뒤 종업원 등 명의로 다시 받아내는 수법으로 소득을 탈루했다.
■온라인 게임아이템도 소득탈루 수단
소득을 탈루하는 수법은 ‘온라인’ 상으로까지 번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에서 온라인 게임아이템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업자 이모씨(55)는 중국에서 현지인 수천명을 고용,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을 하도록 시킨 뒤 이들이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국내 게임 이용자에게 판매하도록 하고 판매액 전액은 그의 개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는 방법으로 소득을 숨겼다. 이를 통한 신고누락액은 무려 42억원에 이르렀다.
또 이씨는 국내에서도 종업원과 친·인척 등 19명의 명의를 빌려 게임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얻은 이른바 ‘얼굴없는 소득’ 53억원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씨에 대해 부가가치세 등 109억원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대식 국세청 조사국장은 “과세인프라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과세인프라를 교묘한 방법으로 회피하는 일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탈루정도가 상대적으로 큰 업종부터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조사와 세원관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세무조사의 성실신고 유도효과를 부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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