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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3의 물 산업/윤주환 환경기술정책연구소장

21세기 들어 물을 다루는 산업의 성격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물은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로서 국가가 공급하는 공공재로 여겼지만 이제는 순환되는 자원이자 산업적 경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물 공급을 담당하는 비율이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 40%를 넘어가는 게 단적인 예다.

제15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전세계적인 물 위기에 대한 언론보도를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다행히 물이 부족해 경제발전이 제한되는 물 부족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비는 여름철에 집중되고 산악지대가 많아 내린 비가 단시간 내 바다로 유출되므로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 불리하다. 또 기후 변화에 따라 갑작스러운 큰비나 지역적 가뭄으로 물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는가하면 도시화로 불투수면이 증가하면서 지하수가 줄어들고 하천이 말라가는 등 물의 자연스러운 순환구조가 깨어지고 있다. 이렇게 끊어지고 오염된 물 순환을 복원해 생태적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히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통상 물 산업은 용수를 공급하고 하수 및 폐수를 처리하는 서비스 산업을 의미하는데 물의 흐름에 따라 세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상수도 분야를 제1의 물 산업이라고 한다.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산업으로 근대화와 함께 가장 먼저 시작된 물 산업이다. 상수도의 안정적 공급과 위생적 수질의 확보를 위해 주로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하고 있었으나 최근 민간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제2의 물 산업은 하수처리 분야를 일컫는다. 생활오수 및 산업폐수 등으로 환경오염이 심화되면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기 위한 산업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도 90년대부터 중점적으로 하수처리 시설 확충을 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수처리는 아직 공공기관이 관여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첨단기술과 경영기법을 사용하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민간 주도형으로 이미 바뀌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제3의 물 산업이 선진국에서 급속히 형성되고 있다. 제3의 물 산업은 하수처리수나 비와 같이 버려지는 물을 원자재로 재처리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재이용 산업이다. 우선 원자재 측면에서 하수는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미 물이 부족한 미국의 일부 주에서 단순 방류되던 하수처리수를 재처리해 용도에 따라 판매하는 민간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하수처리 기술의 발전으로 품질 좋은 처리수가 공급됨에 따라 하수처리수의 활용 범위도 확대될 예정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뉴 워터 프로젝트에 따라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뿐 아니라 음용수로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66억t의 하수가 생기고 그중 6.9%인 4억6000만t을 하천유지용수나 농업용수로 재이용하고 있는데 오는 2015년까지 발생하는 하수의 약 20%(12억4000만t)을 재이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수 재이용 분야가 산업으로 활성화되면 약 4000명 이상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환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체된 기존 상하수도 분야에 첨단기술과 경영개념이 도입됨으로써 물산업 전체가 동반성장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제3의 물 산업은 산업 측면 이외에 우리 물 순환계의 건전성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재이용 가능한 잉여 수자원을 사용하므로 기존 수자원에 대한 의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이용 과정에서 하천에 대한 오염 부하를 자연스럽게 삭감하게 되므로 하천 생태계의 복원 효과도 크다.

그러나 제3의 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존 상하수도 분야는 규제 위주로 돼 있어 우리 물 환경의 질 향상과 물 산업으로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제3의 물 산업에는 첨단기술뿐 아니라 많은 자본이 소요되므로 민간의 창의성과 경영 효율성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물 산업이 기술과 자본을 축적해 물이 부족한 국가에 진출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물 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물 환경도 보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