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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전문 위조조직 덜미…이중섭·변시지 작품 베껴 화랑유통



서울 인사동 새내기 화랑주인의 ‘그림 빌려주면 새끼 쳐 주겠다’ 충격 고백 기사보도 이후 두달 만에 미술품 전문위조 조직이 잡혔다. <본지 2월14일자 참조>

서울 서초경찰서는 3일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변시지 이만익 등 유명 화가들의 100여점을 몰래 위조해 전국의 화랑 등에 팔아온 혐의로 미술품 중간 판매상 복모씨(51)를 구속하고 복씨의 동생(4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최모씨(47)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복씨 등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노모씨(64) 등 무명 화가 4명을 고용해 경기도 파주, 안양, 안산 등의 위조 ‘공장’에서 각자 자신있는 분야의 그림을 맡아 전문적으로 대량 위조를 해왔다.

이들은 화랑에서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몰래 빼낸 뒤 습자지를 대고 베끼거나 화보 사진을 확대 복사한 뒤 그대로 따라 그리는 수법으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유명 화가들의 도록이나 팸플릿에 나온 그림을 토대로 위작을 그렸으나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종로구 모 화랑에서 최씨가 훔쳐온 변시지의 ‘해녀’, 이만익의 ‘가족 -달꽃-’과 ‘가족 -만남-’ 등 진품 3점은 직접 ‘공장’으로 가져와 베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이 그린 변시지 화백의 위작은 모 감정기관에서 진품 감정까지 받았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복씨 일당은 이중섭과 변시지 등 유명 화가 24명의 그림 90점을 위조하고 시중에 나도는 유명 화가 천경자, 박수근의 위작 38점을 구입한 뒤 이중 108점을 화랑과 수집가들에게 팔아 1억8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중섭과 변시지 외에도 이만익, 도상봉, 변종하 김환기 등 최근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림값이 치솟은 국내 화가들의 작품을 위조 대상으로 노렸으며 이들이 유통한 가짜 그림 108점의 진품 시가는 1011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크기가 작은 그림은 화가들도 ‘잘 그렸네’라고 감탄할 정도로 똑같이 위조를 했다”며 “변시지나 이만익 등 80세 이상의 고령 작가들은 사후 그림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퍼져 이와 같은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사동 모 화랑주인은 “캐고 또 캐면 인사동 화랑가에 원자폭탄급 파문이 일 것”이라면서 “‘위작을 봐도 아니다고 말하지 말라’는 일부 화상들의 인식이 변화를 갖고 행동을 바꾼다면 위작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