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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듯 다른 ‘나만의 장금이’ 보여드릴게요



‘안봐도 뻔한 대결 아니야?’

오는 5월26일 막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 ‘대장금’의 여주인공 장금역을 김소현, 안유진, 최보영이 나누어 맡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퍼뜩 떠오른 생각이었다. 김소현은 ‘오페라의 유령’ ‘웨스트사이드스토리’ ‘그리스’ 등 해외 유명 라이선스 작품의 주연을 꿰차며 남부럽지 않은 유명세를 얻은 배우다. 그에 비하면 안유진, 최보영은 낯설다.

한류열풍의 주역이기도 했던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는 곧 배우 이영애의 인기였을만큼 주인공 장금역은 관심거리였다. 뮤지컬 대장금의 주연배우 세 명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과연 관객은 누구의 대장금을 선택할까. 공동주연을 맡은 이상 경쟁할 수밖에 없는 세 명의 장금이를 한자리에 모아놓았더니 생김새부터 가지각색이었다.

순정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예쁜 김소현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소현씨보다 무명인 배우들과 공동 주연을 맡으니 심적 부담이 덜하지 않나요.”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사래를 친다. “전 이제까지 공주나 귀족처럼 새침하고 화려한 역할만 했어요. 그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장금역에 도전한거구요. 작품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떨어질까봐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뮤지컬에 발을 들여놓은지 6년이 다돼가는 그에게선 기품있고 성숙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기존 작품에서 봐왔던 철없고 발랄한 모습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장금이를 통해서 한 시대를 꿋꿋이 살아간 여성의 인생을 보여줄거에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진출해서 한국 여성의 삶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여배우로서 큰 영광이죠.” 첫 대면에는 인형같은 얼굴에 반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적이고 조리있는 말투에 또 한번 반하게 됐다.

한편 늘씬한 몸매에 날렵한 턱선을 지닌 안유진은 가녀린 용모답지 않게 중성적인 매력이 넘쳤다. 그가 최근까지 공연했던 뮤지컬 ‘헤드윅’의 이츠학(주인공 헤드윅의 남편) 역할에 제격이란 느낌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초면부터 남자친구에게 차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정도로 소탈하고 거침이 없었다. 뮤지컬계에 입문한지 3년이 좀 안됐지만 타고난 끼 덕분에 급성장한 배우다.

세 명의 장금이 중 가장 어린 최보영은 언뜻 보아선 스무 살이나 넘었을까 싶을 정도로 앳돼 보였다. 고운 피부와 귀여운 속쌍커플 덕에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2005년 가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실수 연발 이벤트걸 유미리로 등장해 재능을 인정받았다. 당시 차기작으로 유미리 역을 점찍어둔 김소현은 최보영의 공연을 보고 ‘과연 내가 저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이번 캐스팅에 얽힌 한가지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당초 안유진은 금영(남주인공을 두고 장금과 삼각관계를 이룸)에, 최보영은 연생(장금이와 가장 가까운 친구) 역할에 지원했다고 한다. 신예나 다름없는 안유진과 최보영 둘다 이영애가 만들어놓은 장금의 이미지에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즉석에서 이들에게 장금의 대사와 노래를 주문했고 주연으로 확정했다. 만약 두 배우가 각각 금영과 연생에 캐스팅됐더라면 장금역의 김소현까지 세 명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이 점만큼은 아쉽다.


‘싫든, 좋든 세 명은 이제부터 경쟁을 해야할 처지인데 장금역에 가장 안어울린다는 평을 받으면 어떻게 할거냐’는 짖궂은 질문에 안유진은 “그런 평가에 휘둘리다보면 자기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나만의 장금이를 보여줄 것”이라며 씩씩하게 답했다.

기획 단계부터 한류를 표방한 뮤지컬 대장금. 이 공연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최보영은 당차게 말한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노란 가발을 쓰고 서양사람을 흉내내야했지만 머리 노란 서양배우들이 쪽진 머리하고 한국 배우 흉내내는 그 날이 꼭 올거라고 믿어요.” 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김소현과 안유진.

처음 봤을 땐 ‘셋이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었는데 원대한 포부로 가득찬 세 장금이의 모습만큼은 참말로 닮았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