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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월드건설 경영진 줄줄이 도쿄행



'한국의 '롯폰기 힐스'를 만들어라!'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김병호 사장과 전무급 이상 본부장들을 이끌고 지난주 말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 회장 일행은 3박4일 동안 도쿄의 롯폰기힐스와 아크힐스, 오모테산도힐스 등 대형 도심재개발사업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월드건설도 지난주 말 본부장과 영업팀장, 용지팀장과 상품개발팀을 포함한 인원 6명을 도쿄로 급파했다. 이들의 동선도 쌍용건설과 비슷하다.

월드건설은 오는 7월 분양 예정인 8만평의 대형 주거단지 설계 최종 작업을 앞두고 롯폰기 힐스를 시범사례로 삼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SK건설도 지난달 말 진영헌 부사장 등을 포함한 15명의 임원들이 도쿄의 랜드마크 단지들을 방문했다.

■롯폰기 힐스 주목하는 이유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잇따라 도쿄의 롯폰기 힐스를 방문하는 이유는 작은 땅에 아파트만 우겨넣는 기존 '성냥갑 분양' 사업만으로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초대형 복합단지를 지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것도 롯폰기 힐스를 모델로 삼는 업체들의 공통적인 전략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서 더 이상 판박이식 아파트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면서 "도쿄를 모델로 해 서울 강북 재개발지역들을 대상으로 복합단지를 만드는 방안을 전략중의 하나로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월드건설은 롯폰기 힐스와 도쿄의 랜드마크단지들을 모델로 삼아 8만평 규모의 초대형 단지에 대형 공원과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최종 설계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월드건설이 직접 땅을 매입한 자체사업부지인 데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분양이라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단지 설계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종 모델로 롯폰기 힐스 등 랜드마크 단지를 본보기 삼기로 했다"면서 "단지 내 기반시설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시행)시스템 등 여러 가지 모범사례를 체득해 국내 분양에 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폰기 힐스는 부동산개발(시행) 1세대인 신영 정춘보 회장이 자주 방문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수년에 걸쳐 이곳을 20여회 방문한 끝에 지난달 충북 청주 복대동 대농부지 15만평 일대에 '지웰시티' 분양을 시작한 바 있다.

■무리한 땅매입 등 한계 극복해야

그러나 단지 기반시설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을 가져올 경우 단순한 '베끼기 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장기개발방식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땅을 매입해 개발하게 되면 분양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랜드마크 단지들은 대부분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땅을 매입하는 시행작업도 국내 방식과 차이가 난다. 롯폰기 힐스의 경우 땅주인을 설득해 개발사업에 같이 참여하고 차후 수익을 공유토록 했다. 이 방식으로 개발업체는 토지 매입비 부담을 줄이는 한편, 땅주인은 자연스럽게 수익형 부동산을 운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넓은 부지를 확보할수록 '알박기' 등에 따른 토지매입비가 증가해 결국 분양가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과도한 기부채납 역시 건설업계의 시공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중 하나다. 울산 매곡동에 분양 예정인 월드 메르디앙의 경우 8만평 부지중 4만평이 기부채납부지로 책정돼 있다.


지난 3월 청주에서 분양한 신영 지웰시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5만평 대단지에 '한국의 롯폰기 힐스'를 표방했지만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실제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크게 줄어 고분양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부동산개발업체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도쿄 롯폰기 힐스의 경우 15년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개발했지만 국내 건설업계가 진행하는 대형 복합단지 사업들은 대부분 새로 개발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차이를 인식하지 않고 무리하게 대형복합단지 개발에만 몰두하면 분양가만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