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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타임] 10. 와인,젊은이의 양지?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의 5월은 와인의 향기가 어느 때보다 진하다. 한 곳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만날 수 있는 박람회가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2일부터 삼성동에서 펼쳐지고 있는 서울국제주류박람회는 규모나 공간을 꾸미는 아이디어에서 성장하고 팽창하는 한국 와인시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소비자는 한 곳에서 다양한 와인을 설명과 함께 경험할 수 있고,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세미나를 통해 와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곳곳에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같은 즐거운 공간도 있다.

박람회에서 만나는 해외의 와인 관련자들이 놀라워하는 부분은, 와인시장 성장뿐만이 아니다. 그 놀라움의 중심에는 ‘젊은 세대의 열정’이 있다. 전시회 부스에서 와인을 알리는 사람이나, 와인잔에 코를 대고 향을 맡으며 진지하게 시음하는 관람객의 다수가 젊은층이기 때문이다. 만화를 통해 와인 이름을 익히고, 블로깅으로 와인정보를 수집하고, 동호회에서 와인친구를 만나는 젊은이들은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주인공이 된다.

이제 와인마케팅의 주요 타깃은 젊은층일까?

필자가 2005년 프랑스 버건디에서 만난, 그 지역의 대표적인 와인생산회사 영업담당자는 이제 프랑스는 와인보다 맥주를 더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눈에 들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와인은 그들에게 있어 ‘어른들의 음료’로 인식되어 새로움을 원하는 그들에겐 더 이상 매력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들의 마케팅 타깃은 올해도 어김 없이 젊은층인 듯 하다. 보르도 와인협회(CIVB)는 올 여름과 가을에 미국과 유럽의 TV와 지면을 장식할 보르도 와인 광고캠페인모델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리브리티이자 세계적 호텔그룹인 힐튼가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을 내세웠고, 다음 달 보르도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의 와인박람회인 빈엑스포(VINEXPO)에서 이 캠페인을 런칭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미국의 한 젊은이가 운영하는 젊은층을 위한 와인사이트가 폐쇄위기에 놓였다는 기사가 미국와인산업지에 실린 바 있다. 그 사이트는 와인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젊은이들의 언어와 비주얼로 채워 운영되는 사이트다. 운영자는 폐쇄위기의 이유로 미국 와인회사의 적극적이지 않은 협조를 꼽았다. 젊은층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그들의 고급와인을 소비하기에는 충분한 시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한국의 와인문화의 기초를 만들어 가고 있는 세대다.
와인은 어느 세대만의 것은 아니다. 와인이 있어 식탁이 즐겁고, 좋은 일이 더 좋아지는 사람들의 것이다. 향유하고 대물림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문화이고 가치라 생각한다.

/남윤정 포도플라자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