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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뿌리 제조업] 한국-‘온리 원’기업 ④ 서울엔지니어링



인천시 주안동에 위치한 서울엔지니어링(대표 이원석)은 포스코,일본 NSC,인도 미탈스틸 등 전세계 32개국의 60여개 제철소에 공급하는 고로(용광로) 관련 설비제품을 주조하는 기업이다.

특히 고로의 내부에 1300℃가 넘는 열풍을 주입하는 풍구를 전문 제조하는 걸로 유명하다. 고로 내부의 고온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열 전도가 높은 순동(Cu)으로 주조해 제품을 만든다.

서울엔지니어링은 연간 3000개 가량 풍구를 제작, 절반 이상을 해외로 수출한다. 현재 국내시장 100%, 세계시장 25%를 점유할 정도로 기술과 품질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풍구 외에도 제철에 필요한 란스(액체 상태의 선철에 산소를 분사시켜주는 제품),릴 드럼(철판을 감거나 푸는 장비)을 비롯해 냉각반,동 판넬 등 산업기계를 개발,생산한다. 풍구,란스 제품이 6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냉각반, 릴드럼 등이다.

이 회사는 서울대 공대 출신인 창업자 오세철 회장(74)이 1968년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비철소재의 자동차및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78년부터 11년간 일본 후쿠오카의 도바타 사와 제휴를 맺고 순동 주조기술을 전수 받았고, 독자적인 신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인 98년 상반기에 순동 주조 제품을 만드는 전문회사로 변신했다.

이같은 업종 전환은 서울엔지니어링에 발전의 기회로 이어졌다. 당시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주요 고객으로 삼으면서 안정적 판로를 확보했고, 본격적인 해외수출을 실현하게 된 것.

이해양 상무(44)는 “풍구 제조는 서울엔지니어링을 포함해 독일 REA, 영국 PJ, 미국 펠콘, 일본 고토, 도바타 등 전세계에 6∼7개사 장악하고 있다”며 “이들 중 우리 회사가 규모나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다”고 말했다.

83년 공고 졸업예정자로 실습을 나온게 인연이 돼 서울엔지니어링에 입사한 이상무는 회사의 배려로 야간대학을 마쳤고, 고로 내부를 냉각시키는 고냉각용 스테이브를 세계 3번째로 제조해 국산화시키고, 자동용접 제조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005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이달의 엔지니어상을 받았다.

서울엔지니어링의 풍구 제품은 독일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티센제철에 수요량 70%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제철사인 겔, 일란드 등에는 100% 대고 있다.

월 최대 700t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주고객인 포스코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상무는 “신제품 풍구가 나오면 포스코에서 선뜻 고로에 적용해 주는 등 회사를 믿고 지원해 줘 기술개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연구소에 연구개발(R&D) 인력을 7명을 둬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매출대비 10% 가량의 R&D 투자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3D업종으로 분류되는 주조 작업인 만큼 회사에는 숙련공들이 많다. 경력 10∼20년 이상의 기술자들이 20∼30명에 이른다. 기술진의 우수한 실력은 2005년 생산기반기술경기대회 주조 분야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입증됐다.

이같은 서울엔지니어링의 뛰어난 기술력은 창업자인 오회장의 투철한 사업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이상무는 전했다.

오회장은 회사경영에 친인척을 일절 배제하고 있다. 84년 사업 확장으로 부도 위기를 맞았지만 역경을 딛고 재기하는데 동고동락해 준 임직원을 먼저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에 외부 출신의 임원이 없다.

오회장은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항상 회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즐긴다. 오래된 SM5 차량을 전용차로 이용하고, 7∼8평 남짓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정도로 매우 검소하다. 2004년 인천시로부터 노사화합 모범업체로 선정돼 산업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엔지니어링은 국제 동 가격의 3∼4배 급등과 환율급락, 국내 경기침체 등 악재로 2005년 400억원 가량이던 매출액이 300억원대로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연말까지 주문량 수주를 마친 상태로 매출액 5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내년도 물량 견적도 오는 7,8월께 완료할 예정이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