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한민정기자】 배우를 무대 밖에서 만나는 것은 환상이 산산이 깨질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가장 빛이 나는 법. 게다가 어둠의 지하세계에서 홀로 자라나면서 크리스틴에 대한 사랑을 키운 유령이라니. 실제로 만났다가 신비함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히어로 브래드 리틀과의 만남은 이런 기우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저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저를 사랑해주는 관객은 제 고향인 미국은 물론이고 이렇게 아시아 각국에도 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하면서도 인도네시아, 홍콩, 한국 팬들까지 만날 수 있으니 정말 운이 좋은 것이지요.”
브래드 리틀은 뮤지컬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과 축복을 받았는지를 거듭 설명했다.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공연만으로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가 없어서 TV나 영화로 떠나버리거나 무대 공연을 포기합니다. TV나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저로서는 뮤지컬 공연만으로도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가장 큰 축복은 자신도 의도하지 않은 사이에 팬들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홍콩에서 온 팬이 현재 성가대에서 노래를 하는데 언젠가는 정식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계속 꿈을 간직하라고 조언했다.
“8∼9년 전에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팬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때도 꿈을 계속 마음에 품고 있다면 언젠가는 그 꿈이 이뤄진다고 말해줬어요. 그 후에 그 팬이 정식으로 뮤지컬 배우가 돼 첫 계약을 했다며 감격스러워 하더라구요. 지금 그 배우는 필라델피아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전문배우가 됐어요.”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뮤지컬을 접해보지 않은 관객들이 많아 자신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의 세계를 접하게 되는 것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래드 리틀과의 팬 미팅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팬은 자신의 생애 첫 뮤지컬이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말했다.
브래드 리틀은 한국 뮤지컬 팬들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뮤지컬 팬들은 ‘프로페셔널 팬’입니다. 뮤지컬 팬들이 자율적으로 모임을 만들어서 얼마나 잘 운영을 하는지, 심지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고 있어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국의 뮤지컬 팬들처럼 열정적인 팬을 볼 수가 없어요.”
그는 “한국의 뮤지컬 팬을 주제로 한 뮤지컬 작품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한국 뮤지컬 팬들에 대한 인상이 강렬한 듯했다.
그는 빠르면 내년 초 ‘지킬 앤 하이드’로 다시 한국을 찾을 것 같다고 밝혔다. 만약 ‘지킬 앤 하이드’ 한국 공연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투어 콘서트가 예정돼 있어 어떤 경우에라도 한국을 꼭 방문하게 될 것이라 게 그의 설명이다.
‘오페라의 유령’ 싱가포르 공연이 끝나는 7월 이후에는 다시 브로드웨이로 돌아가 ‘레 미제라블’ 공연에 합류하고, 또 뮤지컬배우인 부인과 함께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I DO, I DO)’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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