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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나라 그림을 싣고 오다…신순남 화백 며느리 이스크라 신③



‘동양의 피카소’로 불리는 고 신순남 화백의 며느리로 유명한 이스크라 신(Iskra Shin·46)은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손꼽힌다.

타슈켄트 시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그는 햇빛이 잘드는 창가에서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핍박받는 고려인의 모습을 강하게 표현한 신순남화백의 작품과 달리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그의 그림은 생동감이 넘친다.

“숭고한 자연과의 조우다. 인간은 자연과 만나 비로소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게 된다. 비록 스치는 일상의 자연풍광이지만 그 모습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힘과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 내게 있어 훌륭한 작품은 ‘자연의 힘과 화가의 마음이 합치된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자연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수많은 희로애락을 겪어내면서다. 고려인이라는 중간적인 정체성은 어쩔 수 없는 많은 시련과 숙명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화가로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고, 꾸준히 그 일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은 더없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의 재능과 실력을 높이 평가했던 대학의 은사인 신화백은 그를 며느리로 맞이하면서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게 했고 미국에서 물감을 사다 주는가 하면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며 시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나타냈다. 한복을 입고 한손에 붓을 든 대학시절 자신의 모습이라며 신화백이 그렸다는 200호 크기 그림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했다.

예술가의 가족으로서 화가로 살아온 그에게 그림이란 어떤 의미일까.

“화가라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그림을 통해 보여 주는 법이다. 그림은 나의 정신과 나만의 신(神)이 시켜서 이루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화가는 중개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화가의 작품은 가슴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것과 같이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슴깊이 길어낸 아름다움이 감상자에게 그대로 새겨질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2004년도 신순남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잊혀진 질곡의 유민사-신순남의 진혼곡’ 기념전을 개최할 때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은 우즈벡에는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산세, 넉넉한 바다의 깊이, 강렬한 삶의 리듬감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사진설명/이스크라신=동양의 피카소 신순남화백이 딸처럼 생각했다는 신화백의 며느리이자 서양화가인 이스크라 신은 79년 타슈켄트 theatre art 기념물 회화부를 졸업했다. 이후 Rassom 미술센터에서 벽화가로 화단에 들어와 85년부터 베이징,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모스타바 비엔나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작품은 우즈베키스탄 주립미술관, 우즈베키스탄 국립은행, 사마르칸트 주립미술관 등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영국 독인 러시아 프랑스 등 개인컬렉터들이 작품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