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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캐디특별보호법인가, 캐디특별퇴치법인가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입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캐디특별보호법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아닌 듯 하다. 정부가 캐디들을 월급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캐디특별보호법이 입법 예고되자 당사자들인 캐디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밀어부치겠다는 걍경 방침이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요구에 정부가 캐디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캐디들은 주장한다. 캐디들은 “우리가 싫다는데 왜 굳이 입법을 강해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힌다. 캐디들은 또 “현장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탁상 행정에서 비롯된 대표적 악법이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캐디들이 이토록 이 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판단해서다. 골프장측에서 캐디를 아예 없애는 것도 문제지만 설사 정식 직원으로 고용되더라도 수입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그동안 개인사업자라는 법적 신분으로부터 누렸던 자유로운 업무 행위가 불가능해져 스스로 골프장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캐디들의 반대 이유다.

최근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캐디들의 그러한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결과 질의에 답한 108개 회원사중 88%가 캐디를 없애거나 최소 인원만을 남긴 채 사업장을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골프장에서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총 2만5000명의 캐디 중 약 90% 안팎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골퍼들의 반응도 차제에 일본식인 선택 캐디제를 도입하자는 쪽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노캐디제를 실시하고 있는 전남 영암의 아크로CC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캐디들은 계절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월 평균 25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특별보호법이 발효되면 그러한 수입은 절대 보장할 수 없다.
전에서 언급했듯이 골프장들이 굳이 캐디를 정식 직원으로 고용할 리가 만무한데다 설사 직원으로 채용하더라도 그 정도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생활로 지금까지 아이들 교육시키고 있다”면서 “입법에 앞서 우리들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배려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라고 한 기혼 캐디는 불만스런 어조로 말한다.

정부의 ‘캐디특별보호법’이 ‘캐디특별퇴치법’으로 변질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golf@fnnews.com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