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족, 칩거족, 공휴족…."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2007년 대학가에도 이색 풍속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장미족, 칩거족, 공휴족 등의 각종 신조어가 쏟아지는가 하면,모욕스터디, MT스터디, 노래스터디 등 유형별 면접을 대비한 독특한 취업스터디도 등장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2007 대학가 신풍속도를 소개한다.
△‘모욕스터디’ 등 이색 취업스터디 인기=튀는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대학가에는 독특한 취업스터디가 생겨나고 있다. 압박면접을 연습하기 위한 ‘모욕스터디’도 눈길을 끈다. ‘모욕스터디’는 회원간 대화 도중 상대방의 말 실수나 신체적 약점을 집요하게 꼬집어 내어 모욕감을 주고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장미족’에서 ‘칩거족’까지 속출= 지속적인 취업난으로 대학가에는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졸업생)’이 등장했다. 장미꽃이 아름다운 겉모습과 진한 향기 이면에 가시를 품고 있는 것처럼 ‘장미족’은 겉으로는 화려한 취업 스펙을 지녔지만 오랜 기간 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구직자를 뜻한다. 이들 중 일부는 ‘칩거족(학교 수업 이외의 나머지 시간을 방에서 혼자 지내는 학생들)’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팀플 질서 잡는 ‘CCC’ 등장=팀워크와 화합을 중시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대학 내에도 개인과제보다는 팀프로젝트(일명:팀플)가 많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것이 바로 ‘CCC(Campus Couple Cutter)’. 말 그대로 ‘CCC’는 ‘캠퍼스 커플을 갈라놓는 사람’을 뜻하지만 과거에는 그 원인이 질투심 때문이었다면 현재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바쁨에 중독된 ‘공휴족’ 급증=취업난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쉬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휴족(恐休族)’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인턴십, 자격증 취득 등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면 휴일이나 방학에도 쉬지 않고 달려들고 있다.
△기업-동아리 윈윈전략 확대= 동아리를 매개로 기업과 대학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과 관련된 동아리에 가입함으로써 취업정보 및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기업은 동아리 후원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최근 학생들에게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동아리는 ‘YLC(Young Leaders’ Club)’다. 전경련이 후원하는 이 동아리는 경쟁률이 30대1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가 계절학기 ‘학점쇼핑족’ 늘어=대학들의 학점 교류가 보편화되면서 계절학기 수업을 타 대학에서 골라 듣는 이른바 ‘학점쇼핑족’이 늘고 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은 학점당 3만5000원∼8만8000원 수준.
△제2전공은 ‘재테크’(?) 주식투자, 창업 열풍= 취업난과 노후문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대학가에도 재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식투자는 물론 부동산 경매, 창업, 펀드 등이 전공, 성별과 무관하게 인기다. 재테크 열풍은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 인하대 ‘블루칩 뮤추얼펀드’ 등 대학 동아리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전국 대학 캠퍼스 내 창업 동아리도 420여 개에 달하며 회원도 1만1,500명에 이른다.
△대학축제는 기업 마케팅의 표적= 대학생활의 자유와 낭만으로 기억되는 축제 현장이 이제는 기업 마케팅의 표적이 되고 있다. 휴대폰 판매업체, 담배회사, 헤어제품 회사 등 수많은 기업 부스와 차량이 캠퍼스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학생들의 이동이 잦은 위치일수록 업체들의 장소 쟁탈전은 더욱 심하다.
△영어는 기본, 브릭스 언어는 필수=과거에는 일어, 중국어, 불어 등이 제2외국어의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브릭스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언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브릭스 국가 대상 해외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채용 시 관련 언어 가능자를 우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은행, 포스코, STX에서는 브릭스 언어 우수자나 지역 전문가를 채용 시 우대하고 있다.
△인맥관리도 전략적으로= ‘휴먼네트워크는 곧 힘이다’ 요즘 대학가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취업 성공기나 현업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OB(Old Boy:학교의 졸업생 또는 졸업생으로 구성한 팀) 선배들과의 자리 마련을 늘리고 있다. 학교 선배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의 직장인과 멘토링을 형성, 진로상담을 받거나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박종민 씨(27세)는 “패션산업에 관심이 많은데 졸업 선배들로부터 듣는 업계 전반의 흐름과 취업 팁이 다른 어떤 정보보다 도움이 된다”며 “단순한 술자리 보다는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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