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하반기 들어 새로운 일감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규제로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 온 주택부문 사업실적이 저조함에 따라 초대형 공공공사와 노른자위 재건축 사업 수주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올 하반기 대형 건설업체간 신규 사업 물량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 초대형 공공공사 수주 한판 승부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1000억원대의 초대형 공사가 잇따라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이들 대형 공공공사 수주를 위한 업체간 물밑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이달 말 인천 청라지구 쓰레기자동집하시설(900억원)이 발주되는데 이어 경기 평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20·21호기(2200억원), 남해고속도로 확장(8610억원), 지하철 9호선 915∼917공구(3302억원) 등 연말까지 총 2조1632억원의 공사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대형 공사들이 많지 않아 공공공사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주택경기마저 침체돼 경영 부담까지 느꼈던 상황이었다”면서 “하반기 초대형 공공공사의 집중 발주는 대형 건설사들에는 ‘가뭄에 단비’와 같아 업체마다 수주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청라쓰레기자동집하시설(자동크린넷집하시설)의 경우 537만평에 들어서는 것으로 단일 사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발주처인 한국토지공사는 기본계획과 입찰안내서 심의를 마치는 대로 예산과 참가자격을 확정하고 이달 말 설계시공 일괄수행(턴키) 방식으로 입찰을 실시할 방침이다.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은 아직 국내 기술이 미약하기 때문에 수주를 위해서는 외국 제휴선을 잡는 게 최우선 목표다. 현재 외국 제휴선과 함께 입찰에 참가할 예정인 건설업체는 스웨덴 엠백사와 손을 잡은 포스코건설과 국내의 동호ENC와 제휴한 대우건설, 일본의 미쓰비시와 제휴를 추진 중인 현대건설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입찰참가자격심사(PQ)를 마감한 한국가스공사의 평택 LNG 저장탱크 20·21호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공사금액만도 22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인데다 공사 실적을 보유한 업체도 8개사 정도밖에 안돼 메이저사들에는 중견업체의 거센 도전을 피해 수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재 GS건설과 현대건설, 대우건설과 금호건설, 한양과 두산건설, 삼성건설과 두산중공업이 컨소시엄으로, 경남기업·대림산업이 각각 단독으로 입찰을 준비 중이다.
8월 초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 915∼917공구 건설공사가 발주된다. 1059억원의 915공구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쌍용건설, 두산건설이, 1163억원인 916공구는 삼성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경남기업, 동부건설, 고려개발이, 1080억원의 917공구는 GS건설, 대림산업, 한진중공업이 각각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8610억원 규모의 남해고속도로 진주∼마산(48.2㎞) 확장공사 6개 공구는 최저가 입찰로 진행돼 메이저사뿐 아니라 중소형 업체까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여 낙찰률이 60%대에 머물 전망이다.
이밖에 삼성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된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열병합발전소 건설공사는 오는 8월말께 재입찰이 진행된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
■‘빅4 건설사’ 동작구 노른자위 재건축 수주 올인
대우건설과 삼성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빅4 건설업체가 모처럼 서울 동작구의 노른자위 재건축 시공권 확보를 놓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대상 사업은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동작구 동작동 정금마을 일대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이다.
정금마을 재건축 구역은 동작동 58의 1 일대 대지 1만4596평에 지하 3층, 지상 15층, 15개동 규모의 23∼50평형 총 679가구(임대 123가구 포함)를 짓는 사업이다. 용적률 210%가 적용되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이후 첫 단독주택 재건축이란 상징성도 있다.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 수요자들의 관심도 높다.
현재 입찰서를 낸 시공사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4개 업체로 오는 8일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있다.
홍보전은 과열 양상까지 보일 정도다. 시공권 확보를 위한 업체 개별홍보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일부 건설사는 몇몇 조합원을 이용해 가가호호 조합원 집을 방문해 표를 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주민 가운데는 특정 회사에서 돈을 받고 대신 홍보해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합에서는 “일부 시공사가 조합원의 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하고 견본주택을 방문하도록 해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조합에 신고하라”는 공문을 조합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업체별 장점을 내세운 마케팅도 활발하다. 대우건설은 ‘확정공사비’를 내세우고 있다. 물가상승 및 토지 여건에 상관없이 입주 때까지 공사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 6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무이자로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삼성건설도 확정공사비를 내세우는 것은 마찬가지. 여기에 더해 ‘대안설계’를 통해 보다 값싸고 품질 높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만약 대안설계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공사비를 가장 낮게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가 제시한 공사비는 1182억5598만원으로 조합원 가구당 3억14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중 가장 높게 제시한 공사비(1368억4697만원)와 차가 크다. 조합원 1인당 부담이 4700여만원 정도나 차이가 난다. 또 계약금, 중도금을 낼 필요 없이 100% 잔금만으로 공사비를 받겠다고 나서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림산업도 조합원당 공사비 부담액을 3억426만원으로 제시하고 고품질 시공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체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뛰어난 입지여건 때문이다. 동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서초구와 마주하고 있어 강남권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데다 국립현충원, 한강 등이 가까워 주거 쾌적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또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올림픽대로, 남부순환도로, 동작대교 등 교통망 이용도 쉽다.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인 ‘분양가 상한제’도 피해갈 가능성이 큰 것도 장점이다.
조합관계자는 “지난 5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8일 시공사선정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감정평가도 실시하고 있어 12월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방법과 관련, “조합원 과반수로 할 것인지, 결선투표 형식으로 할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모두 총회에서 의견을 모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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