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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석유화학 산업] 한국 유화의 메카,대산단지



【대산=홍순재기자】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대산석유화학단지.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LG화학 롯데대산유화 등 대형 정유·석유화학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국내 주요 산업단지 가운데 하나다.

조용한 농어촌 마을이었던 대산읍이 석유화학 메카로 변모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89년, 극동정유(현 현대오일뱅크)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그 뒤를 이어 90년 중반 삼성종합화학(현 삼성토탈), 현대석유화학(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에 분리매각)이 공장을 세웠다. 최근에는 에쓰오일이 대산에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공장들이 대산으로 몰려들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전체 부지 250여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 연안 수심이 50m에 달해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직선거리가 400㎞에 불과해 중국수출 전초기지로 천혜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산은 한때 실패한 단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대부분 업계 후발주자들이다 보니 ‘공급과잉의 주범’ ‘외환위기를 불러 온 장본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게 사실이다.

대산의 화려한 부활은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됐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대산의 공장들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업체마다 잇따라 신증설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는 ‘U프로젝트’에 돌입, 2011년까지 22억달러를 투입해 벙커C유에서 고부가가치의 휘발유 등을 뽑아내는 중질유 분해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10억달러를 들여 현재 40만t에 달하는 방향족 제품 생산설비를 150만t까지 늘리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삼성토탈도 나프타분해시설(NCC), 스티렌모노머(SM), 파라자일렌(P-X), 폴리에틸렌(PE) 및 폴리프로필렌(PP) 등 4개 주력 제품을 각각 100만t 생산체제로 구축하기 위해 내년 초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 LG화학과 롯데대산유화도 품목별로 증설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업체들의 신증설 러시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서산 지역경제도 들썩이고 있다.

단지에서 약 5㎞ 떨어진 대산읍 전체가 공사판을 방불케 할 만큼 크고작은 빌딩들이 우후죽순격으로 건설되고 있다.

대산읍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영모씨(가명)는 “1주일에 한개씩 새로운 유흥업소가 들어서고 있다”며 “인근 땅값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산단지는 말못한 고민이 많다. 민간주도로 개발되다 보니 도로 항만 용수 등 기반시설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협소한 1차선 도로에 의지하고 있는 물류문제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단지에서 컨테이너가 나가는 육로는 꼬불꼬불한 국도 38호선 하나밖에 없다”며 “이동시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교통사고가 많아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가곡-석문-대산단지에 이르는 연장 25.3㎞를 승용차로 달려 보았더니 석유화학 제품을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길 옆 주택가 처마와 나무를 피하기 위해 힘겹게 핸들을 꺾고 있는 모습을 수차례 발견할 수 있었다.

대산단지의 60개 회사가 하루 운행하는 대형트럭 대수는 약 1000대에 달한다.

/namu@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