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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현대제철 인천공장,제품 6만種 쏟아내는 ‘철강 백화점’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현대제철 인천공장. 기자가 방문한 이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만 인천공장에 바로 붙어 있는 북항의 현대제철 선석에는 벌크선에서 러시아 철스크랩(고철)을 하역하는 크레인의 움직임은 쉼 없었다. 바로 옆에는 건물 5층 높이의 철스크랩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또 하나의 철스크랩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철스크랩에 멍해 있던 기자는 문득 ‘현대제철이 철스크랩을 녹여 각종 철강제품으로 재창조하는 세계 2위의 전기로메이커’라는 사실이 다시 떠올랐다.

■인천공장, 현대제철의 역사

현대제철은 인천,경북 포항,충남 당진 3개 공장에서 연간 1100만t 규모의 철스크랩을 재활용, 철근과 H형강 등의 건설자재를 포함해 조선용 형강, 열연강판 등의 철강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이중 인천공장은 지난 53년 ‘대한중공업공사’라는 사명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철강회사로 출발한 현대제철의 태동지. 올해로 54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현대제철의 역사다.

지난 73년 입사해 현재 인천공장장인 김재주 부사장은 “당시나 지금이나 현대제철은 우리나라 최고기업 위상을 지키고 있고 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규격품까지 분류하면 총 6만개의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종합철강백화점”이라고 말한다.

현대제철은 연구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품질기술본부 기술담당 임원인 박재헌 상무는 “각공장에 분산되어 있던 기술부문을 당진 기술연구소로 통합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먼저 H형강 설비를 도입, 철근에 국한되어 있던 건설자재를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무도장 내후성 H형강 등 꾸준히 기능성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고 그결과 ‘H형강’과 ‘열간압연용 원심주조 공구강롤’ 등 6개 품목이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 일류상품으로 뽑혔다.

김 부사장은 “당시 영업직원들은 제품이 생산되기도 전에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명 ‘설계영업’을 통해 H형강의 수요 창출에 나섰으며 건축사와 설계사 사무실을 내집처럼 드나들었다”고 회고했다.

■일관제철소 준공 후 세계 10위권 철강메이커

2001년 6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관인 ‘아서 디 리틀’(Arthur D Little)의 컨설턴트인 ‘줄리안 가시마틴’이 인천공장을 찾아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근무하는 그가 현대제철을 찾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현대제철은 세계 철강회사들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회사”라며 “끊임없는 인수합병,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전 세계 전기로 철강회사 중 가장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갖춰 전 세계 철강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현대제철의 역사는 선택과 집중이다. 2000년 3월 강원산업을, 2004년 10월에는 한보철강을 각각 인수합병했다. IMF로 맞은 철강산업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것이다.

생산라인을 찾았다. H형강과 철근을 생산하는 봉·형강공장라인. 시뻘겋게 달궈진 빔블랑크(H형강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반제품 소재)가 압연롤 위를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면서 대형 규격의 H형강으로 만들어지고 이후 수요가의 주문 규격대로 절단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 H형강이 절단되면서 화려한 불꽃이 튀자 ‘아름답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공장 안은 절단굉음만 들릴 뿐 인적이 드물었다. ‘휴가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알고 보니 모든 생산라인의 자동화가 이유다. 약 2300여명의 직원들이 4조 3교대로 풀가동하고 있다고 하니 적어도 현재 700여명이 공장 안에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총 5조2400억원을 투자해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8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능력은 1850만t 규모로 확대돼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김재주 부사장은 “일관제철소가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인천공장은 봉·형강 등의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적 전기로 철강메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한다.

/cha1046@fnnews.com 인천=차석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