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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도 ‘경영권 보호장치 강화 필요’



한국은행이 설비투자를 늘리려면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놨다. 취약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자금의 건전한 흐름을 왜곡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공장 짓는 데 들어가야 할 돈이 ‘백기사’ 확보 등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책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의 주장은 미묘한 시기에 나왔다. 마침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경영권 방어장치의 강화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활발한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과잉 보호장치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게 재경부의 주장이다. 반면 금감위는 독소조항(포이즌 필) 등 일정한 수준의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한은은 금감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재경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개방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유일한 ‘성역’으로 여기는 것은 문제다.

재계는 힘의 균형을 바라고 있다. 공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정을 공격·방어 양쪽에 공평한 룰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독소조항, 차등의결권주, 황금주 등이 대표적이다. 철강·에너지·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선 국익 차원의 전략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일본은 지난해부터 독소조항 등 적대적 M&A에 맞설 다양한 방어장치를 도입했고 미국은 엑슨플로리오법에 따라 기간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 기업의 시도를 국익 차원에서 견제하고 있다.

적대적 M&A 규정에 관한 한 재경부가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요컨대 삼성전자·포스코와 같은 세계 최우량 기업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의 손에 놀아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현재 국회에서는 경영권과 관련한 2개 법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법안에는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포함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