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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남북 교통·물류 파격합의/안병민 북한교통정보센터장

그동안 오랜 갈증이 한번에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문이 발표되었을 때 ‘설마’라는 짧은 감탄이 튀어 나올 정도였다. 특히 교통, 물류 부문의 파격적인 합의 내용은 기대 이상의 수준이었다.

1988년 7·7 선언 이후 남북 경제교류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확대,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공 신화보다는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와 더불어 물리적 장벽이 더욱 늘어만 갔다.

또한 남북 교역의 질적 수준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것도 사실이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남북간 고비용 물류구조’와 ‘비효율적인 수송체계’라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단일 운송수단 중심의 남북경협 운송 시스템, 북측의 비효율적인 통관·검역·출입국 제도, 북측 수송망 미비 및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물류의 정시성, 안전성,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커다란 진전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졌다. 10·4 남북공동합의문에는 철도, 도로, 항공, 해운 등 전 운송부문의 현안들에 대해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나타나 있다.

우선 오랜 민족의 숙원이었던 남북연결철도가 봉동∼문산의 화물 수송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 활성화에 걸림돌로 남아있던 수송난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아울러 이 노선의 운행으로 북측이 철도운송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남북 근로자의 수송수단과 관광교통수단으로,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되는 대륙연계노선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개성공단에 금속, 기계산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입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결실은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이라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의 경축사를 통해 정상회담 의제가 남북경제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대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향후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남측에는 투자의 기회, 북한에는 경제회복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남측에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고 북측이 노동력과 자원을 공급하여 북한의 자원개발이나 산업 개발, 농업 복구,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에 지원하며 북측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원칙이다. 10·4 공동합의문은 이런 정신이 잘 반영돼 있다.

경의선 평양∼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는 이 시설을 남북이 공동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문화했다. 이 노선을 통해 남측의 운송장비와 화물, 여객이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일회성, 지원성 경제협력이 아닌 지속성, 상호이익의 추구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였다는 것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북측의 자원개발과 기반시설 확충이 연계돼 새로운 형태의 남북경협 개발 모델이 제시됐다. 남측이 교통인프라와 광산시설을 개보수하는 조건으로 철, 금, 아연, 연, 마그네사이트 등 전략자원을 남북이 공동개발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이다. 소위 ‘전시성의 통 큰 사업’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사업들이 심도있게 논의된 것이다.

한바탕의 축제가 지나간 자리에는 정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2007 남북정상 선언에는 그동안 남측에서 무수히 검토돼 온 남북경협 구상이 모두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차분한 마음으로 수많은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 갈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11월 중에는 군사적 신뢰 구축조치라는 실타래처럼 엉킨 현안을 논의해야 하는 남북국방장관회의와 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을 위한 총리회담이 예정돼 있다. 우리 내부에서조차 구체적인 로드맵 작성에 어려움이 예상될 정도의 투자 우선순위, 재원조달방안 등 산적한 숙제를 조만간에 해결해야만 한다.

이것은 정치의 논리뿐만 아니라 경제의 논리로, 뜨거운 가슴보다는 냉철한 머리로, 관의 논리보다는 민의 논리로 다차원의 방정식을 단기간에 풀어야만 한다. 이러한 해법의 전제에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상호이익 추구라는 남북경제공동체 정신이 깔려 있어야만 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