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이지연기자】 바람 때문에 풍비박산 난 대회.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대회인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바람과 그린 상태 악화로 3라운드가 취소되는 해프닝 속에 우승자를 가렸다.
21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파72·6270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 오전 7시59분을 첫 팀이 출발하며 시작된 최종 라운드는 오전 9시 16분께 8조인 나탈리 걸비스(미국), 박희영(21·이수건설), 마리아 요르트(스웨덴)가 출발하려는 순간 중단이 선언됐다. 이날 오전부터 6.5m/s의 강풍이 불어닥치면서 그린 위에서 볼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오전조 출발 선수 중 김주연(26), 배경은(22·CJ), 김인경(19)이 트리플보기를 쏟아 내는 등 플레이에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 이에 LPGA 투어 경기 위원장인 수 위터스는 그린 상태를 확인한 뒤 경기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낮 12시45분 오전 라운드를 무효 처리한 뒤 경기를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점심 나절이 가까워지면서 매섭던 바람은 점차 잠잠해졌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대회 한달 전부터 계속된 비로 인해 그린의 상태가 악화될 대로 악화돼 플레이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 결국 낮 12시45분 속개 예정이었던 경기 역시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대회 본부는 오후 2시10분 기자회견을 통해 “3라운드 대회를 취소하며 이번 대회를 2라운드 36홀로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회 본부의 결정에 따라 우승은 2라운드 합계 3언더파 141타를 기록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차지했다. 2위는 2라운드 합계 2언더파 142타를 기록한 지은희(21·캘러웨이)가, 공동 3위는 장정(27·기업은행)과 이선화(21·CJ)가 차지했다.
2라운드로 대회가 축소되는 바람에 행운의 1승을 추가하며 시즌 4승째를 기록하게 된 페테르센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우승하게 돼 좀 쑥스럽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대회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역전 우승을 노렸던 지은희는 “이번만 8번째 준우승이다. 선수들은 경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지만 내심 경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최종 라운드 이모저모
■대회 취소에 화가 난 갤러리들, 거칠게 항의 소동
일요일 오전부터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오후 들어 바람이 잠잠해지자 화창한 날씨에 대회가 취소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나탈리 걸비스(미국), 강수연(31·하이트) 등 일부 선수들이 갤러리를 위해 사인을 자청했다가 “사인해주러 온거냐. 플레이를 해라”라고 항의를 받으면서 급히 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오후 2시께 대회 취소가 결정된 이후에도 “갤러리 대표를 세울테니 대회 관계자가 나와서 해명해라” “티켓 비용은 물론 교통비도 배상하라”는 갤러리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대회장인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박세리, 김미현 선수 대표 공개 해명
대회 취소가 결정된 뒤 이어진 기자 회견장에 박세리(30·CJ)와 김미현(30·KTF)이 자리해 선수단의 입장을 대변했다. LPGA 부회장인 리바 갤러웨이, 경기 위원장인 수 리터스와 함께 자리한 박세리와 김미현은 “오전에 경기가 중단된 뒤 선수들 사이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고 결국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스폰서와 팬 여러분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하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바 갤러웨이 LPGA 부회장은 “대회 한달 전부터 계속된 비로 인해 코스 상태가 안 좋은 상황이었다.
당초 낮 12시45분께 경기를 재개하려 했으나 경기 위원, 선수, 스폰서들과 상의한 결과 경기를 펼칠 수 없는 조건에서는 경기를 하지 않는 쪽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easygolf@fnnews.com 이지연기자
■사진설명="대회 관계자 나와!" 오후 2시 대회본부가 3라운드 취소를 결정하자 게임 재개를 기다렸던 갤러리들이 화가 난 나머지 클럽 하우스 앞에서 주최측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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