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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움직이는 사람들] 쌍용건설 김승준 해외사업본부장



지난 9월 말 쌍용건설에 커다란 낭보가 날아들었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해외 유수업체를 물리치고 ‘마리나베이 샌즈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의 핵심프로젝트인 마리나베이 샌즈호텔 공사 수주에 성공한 것. 샌즈호텔은 57층짜리 3개동에 총 2600객실을 갖추는 것으로 공사비가 6억8600만달러(약 63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한 이래 단일 건축공사 수주 규모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공사 수주는 2004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도 ‘부실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쌍용건설이 부실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지고 8년 만에 ‘부활’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쌍용건설의 이런 대대적 부활을 이끄는 수장이 바로 해외통으로 정평이 난 김승준 해외사업본부장(전무)이다. 김 본부장은 “샌즈호텔 수주는 싱가포르 정부가 입찰금액보다는 기술력에 중점을 둬 평가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면서 “세계 굴지의 14개 건설사가 경합을 했지만 쌍용건설은 기술 우위를 인정받고 있던 상황이어서 낙찰자 발표 이전에 수주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특히 샌즈호텔은 건물이 3개동으로 이뤄지며 건물 벽면이 지면에 쏟아질 정도로 기울어지면서 올라간 후 하나의 지붕을 얹어쓰는 독특한 설계구조를 갖고 있어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입찰서를 내밀지도 못한다.

김 본부장은 “쌍용건설은 세계 최고높이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싱가포르 스위스 스탬포드호텔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3대 호텔 중 2곳 등 총 1만개 고급호텔 객실을 시공해 이 부문 세계 2위에 올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쌍용건설의 해외사업이 이렇게 짧은기간에 다시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김 본부장의 타고난 판단력과 순발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실 해외사업본부는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2003년까지만 해도 해외수주를 접고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위축돼 있었다. 그러나 그해 3월 김 본부장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 본부장은 해외건설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기미를 포착하고 앞서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각 개발업체를 돌면서 영업홍보를 다시 시작했다. 1년여 만인 2005년말 인도에서 1억5300만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하면서 해외건설 명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03∼2004년 해외 수주실적이 전무했던 쌍용건설은 김 본부장의 부임 이후 2005년 1억7000만달러(1721억원), 2006년 1억6600만달러(1663억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벌써 목표치를 3배나 초과한 7억9000만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김 본부장은 쌍용건설 해외사업의 산 역사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빌딩인 래플스시티도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1986년까지 공사현장에서 관리과장으로 모든 살림을 도맡아 했었다. 래플스시티는 글로벌건설사들의 각축장인 싱가포르에서 한국 건설업체가 처음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의미있는 공사다.

김 본부장은 “샌즈호텔 수주를 계기로 쌍용건설의 해외사업은 이제 완전히 정상화 됐다”면서 “이같은 건설명가 부활은 한·싱가포르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석준 회장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