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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만이 살길이다


#조선 22대 정조가 즉위할 때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이는 데 앞장섰던 노론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할머니(대비)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도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주변이 정적들로 가득찬 가운데 24세의 어린 임금은 노론의 허수아비 노릇을 했다

개혁의 선봉 정조대왕



#우울한 세밑을 맞고 있던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안산의 케드콤 공장.

국내 휴대전화업계에 희소식이자 작은 ‘희망의 불씨’ 10만개가 비행기에 실려 인도의 뭄바이를 향해 떠났다.

주인공은 국내 중소기업 11개 업체가 제휴를 맺고 케드콤에서 처음 생산한 30달러짜리 휴대전화.

목적지는 뭄바이 동쪽 신흥공업지구 나비뭄바이에 소재한 인도 최대 릴라이언스그룹 계열인 릴라이언스인포콤. 릴라이언스의 브랜드‘클래식’의 로고가 붙여진 이 제품은 CDMA 컬러폰으로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등 기본적인 기능과 함께 500개의 전화번호부 저장, 벨소리 다운로드, 뉴스 서비스 등 보조 기능도 갖고 있다.

1차 10만대에 이어 올 1월 40만대를 포함해 오는 2009년까지 약 600만대 30달러의 휴대전화가 인도에 수출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인도를 비롯해 스리랑카 네팔 등 서남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시장으로도 진출을 시작했다.

대당 30달러, 600만대를 기준으로 하면 예상수출액은 1억8000만달러, 추가 오더를 포함하면 인도에만 2억달러 이상이 기대된다.

인도는 세계에서 드물게 거대한 저소득층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핀란드 노키아가 휴대전화 10대 중 6대를 장악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캐드콤이 세계 최강 노키아의 명성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불과 30달러 짜리 휴대폰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게 된 비결은 ‘파괴의 논리’에 있다.

기존 ‘생산방식의 파괴’, ‘마케팅의 파괴’,‘ 품질의 파괴’ 등 파괴의 논리를 앞세운 이 회사는 중소기업이지만 세계시장 심장부를 강타할 수 있었다.

이처럼 파괴적인 혁신논리는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정글과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인류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핵심부품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에서 반도체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시장 파괴와 품질 파괴의 단적인 모습을 읽을 수 있다.

1952년 청각보조기 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트렌지스터는 1955년 최초의 소형라디오, 1959년 최초의 포터블 TV 제작 과정에서 빠져선 안되는 ‘필수적 부품’이었다. 그러나 60년대가 되자 반도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트렌지스터로 형성된 기존 시장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전제품의 부품 품질시장도 함께 파괴되기 시작했다.

반도체의 등장으로 가전회사들은 반도체 만을 찾게 됐고 3년 만에 모든 트랜지스터 회사들은 전부 사라지게 됐다.

특히 반도체가 가전 부품의 핵심시장을 장악한 후 QM이나 TPM 등 품질경영의 실체도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트렌지스터 시대의 품질관리와 전혀 다른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품질경영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은 바로 품질 관리면에서 파괴논리가 적용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잉태시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60년대, 70년대, 80년대를 돌아보면 일본 경제는 정말 급속히 발전해 왔다. 일본은 세계시장을 주도해왔고 일본의 경영노선에 침입하는 외국의 기업은 망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서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주춤하자 이제는 일본의 약점을 공격하고 있다.

일본의 모든 기업들은 항상 저가 시장에서 시작을 했다. 미쓰이가 조선에서, 혼다가 오토바이에서, 도요타가 자동차산업에서, 소니가 소비자가전에서, 캐논이 복사기에서 그랬다. 모든 회사들은 다 시장의 최상위로 올라가서 미국과 유럽을 파괴시키면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그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리딩 기업들은 일본에 시장을 뺏기자 다운사이징하면서 벤처캐피털을 조성해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하자 그동안 꿈적하지 않았던 일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는 미국, 유럽과 달리 벤처캐피털 시장도 없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없었다. 그래서 연간 겨우 1∼3%성장에 그쳤다. 그동안 불패신화를 이어온 일본이 2000년대들어 미국,유럽의 공격으로 기력을 잃게되고 대만,싱가포르 등 신흥국가의 공세에도 상처를 입게됐다. 이 것은 결국 세계 경제시장 위상에 파괴를 불러일으키면서 시장구도 변화를 촉발시켰다.

특히 눈여겨 볼 국가는 대만 , 싱가포르 등 신흥국가들로 이들은 경제대국인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의 늪으로 빠트리는 주역을 맡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국도 있었다.

20년 전에 한국은 조악한 품질의 제품을 소량으로 만들었으나 90년대이후 반도체,가전,자동차,철강,조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일본 경제를 파괴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이처럼 한국이 일본의 위기를 불러오는데 일조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혁신을 위한 파괴의 논리에 있었다. 80년대 한국 기업들은 KS 등 품질마크를 기초로 서서히 품질경영을 해왔고 그 후에는 ISO등 국제표준규격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품질경영에 주력해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기업의 세계시장 진입을 위한 혁신적인 품질혁명은 지속돼왔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기존 품질경영의 고정틀을 뒤흔들수 있는 파괴논리가 있었다. 한국식 품질혁신 방법은 기업들의 기존 품질경영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점들이 원동력으로 작용해 일본기업을 위협하는 작은 힘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파괴적 혁신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한국기업들에게 옐로카드를 보냈다.

“나는 한국을 매우 좋아하는데 가장 걱정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나는 대만에 대해선 별로 걱정을 안한다. 왜냐하면 대만의 기업인들은 누구를 만나든지 항상 두개의 명함을 보여준다. 하나는 자기 회사의 명함과, 다른 하나는 앞으로 자기가 창업할 회사의 명함이다. 창업정신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중국이 대만을 파괴하면 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계속 경제성장을 꾀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걱정이 된다. 한국의 구조는 일본의 경영구조와 비슷하다. 재벌기업들이 지배적이다. 재벌기업들이 파괴적인 혁신을 배우지 못하면 한국의 경제 체제가 일본의 20년 전처럼 더 이상 성장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는 대만과 달리 한국의 기업은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러한 메시지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끊임없는 품질혁신과 파괴적인 개혁없이는 중국이나 인도등 후발국가에 밀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이제 한국의 기업이 가야할 길은 파괴적 혁신전략을 앞세워 새 시대를 열어가는 개척자의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그것 만이 중국,인도의 추격을 따돌리는 첩경이 될 것이다.

■기업들이 버려야할 것들

오늘날같은 혁명시대에는 "혁신"이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그러나 20세기 산업시대로부터 물려받은 경영원칙들은 혁신을 가로막는다. 인터넷 사업은 특히 그렇다. 다음은 21세기 기업들이 버려야할 성공에 해로운 7가지 경영미신이다. 첫째,다양성은 나쁘다. 산업시대 관리자들에게는 예측가능성,순응등이 중요한 가치였다. 이를통해 기업들은 대량생상의 기술을 배우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수 있었다. 하지만 순응의 문화가 너무 뿌리깊은 나머지 괴짜나 주류를 벗어난 파괴적인 시도를 혐오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문제다. 모토로라가 대표적인 예다. 이회사는 최근 여러번 기회를 놓쳤다. 의무적인 훈련을 통해 주입된 군대스타일의 규율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이다. 혁명의 시대에 관리자들은 다양성이 축하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경험이 중요하다.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던 시절에는 경험이 최고였다. 가장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경험이 적은 사람은 덜 똑똑했다. 경험의 목소리는 주류를 형성한다. 그러나 혁신은 통념에서 자유롭고 전통을 무시하는 외부인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모든 위원회,테스크포스,프로젝트 팀,점검반은 젊은 직원들,최근에 입사했거나 회사의 외곽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셋째 덩치가 중요하다. "살아남자면 덩치가 커야 한다""시장에서 1,2등이어야 돈을 번다"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이말이 옳았다. 산업시대에는 덩치가 효율성을 가져왔으며 효율성은 모든 것에 우선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기업덩치(매출)와 수익성(영업마진)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소량생산 특수차인 포르세는 자동차 업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한다. M&A를 별로 안하는 BMW는 다임러크라이슬러보다 훨씬 건강하다. 메가머저를 통해 몸집을 부풀리면 절대 죽지 않을 것이란 환상으로 기업들은 M&A에 달려든다. 그러나 몸집과 생존은 상관관계가 없다. 넷째,기업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에 불과하다. 산업시대에 기업들은 한가지 사업에만 매달렸다. 제록스는 복사기를 만들었다.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승객을 실어날랐다. 한가지 일만 하다보니 이들 기업들은 시장기회를 창조적으로 생각하도록 자극할 경영관행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제록스는 휴렛패커드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레이저 프린터업체로 성장하도록 허용했으며,아메리카 에어라인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페더럴 익스프레스가 모회사인 AMR보다 3배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이런 운명을 피하려면 사람들이 회사를 단지 비즈니스 모델 정도로 인식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다섯째,경영은 사업단위별로 이뤄져야 한다. 대다수 기업에서 사업부서의 장들은 고도의 자율성을 갖고 있으며 간섭하기 좋아하는 회사 직원이나 침범하는 동료들로부터 자신의 특권을 방어하려 한다. 그러나 내일의 사업기회가 오늘날 사업부서들의 경계와 일치하리란 보장은 없다. 한 사업부서가 회사 수익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이 사업부서가 예산의 50%와 우수인력의 50%를 차지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현상을 고착화할 뿐이다. 여섯째,자원은 자연히 배분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원배분보다는 자원을 끌어들이는데에만 매달린다. 하지만 자원을 얼마나 잘 배분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모든 기업은 자원을 끌어들이는 작업과 효율적으로 할당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일곱번째,혁신은 예외적인 현상일 뿐이다. 과거 산업시대에서 사업 혁신은 최적 경영으로부터 일탈한 "우연한 사고"의 결과로 인식됐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혁신의 미덕을 찬양하면서도 혁신을 회사의 핵심역량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혁신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가꾸면 혁신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모든직원들에게 품질의식을 불어넣듯 혁신에 대해서도 같은 접근법을 써야 한다.

이 글은 미국 컨설팅업체 스트라트고의 최고경영자인 게리 하멜이 경영 전문 격주간지 포춘 4월 9일자 기고한 "단두대 피하기(Avoiding the Guillotine)"란 컬럼을 정리한 것입니다.



벼룩은 뚜껑 없는 투명 플라스틱 통에 들어가면 백이면 백 튀어 나온다. 하지만 통 위에 투명유리로 덮어 놓으면 벼룩은 나오지 못한다.

그런데 잠시 후 투명 덮개를 치워도 벼룩은 통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는 기업이든 최고경영자(CEO)든 누구나 고정관념에 한번 빠지면 벼룩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올 가을 중소기업 시장에서 먹히는 제품 특징을 살펴보면 역시나 색상이든 기능이든 기존 관념을 파괴하면서 승부수를 던진 제품들이 확연히 눈에 띈다.

실제로 생선 굽는 방식을 원천적으로 바꾼 스팀오븐이나 밥솥 색깔의 금기를 깬 블랙밥솥 등 `돈키호테`적인 제품들이 요즘 불황으로 지갑을 꼭꼭 닫은 소비자 마음을 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