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정부의 각종 시장 부양대책에도 불구하고 부산지역의 주택시장이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부산지역의 주택경기가 장기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존 아파트 거래부진→ 새 아파트 입주부진→ 입주계약 포기→ 건설업체 자금난 가중’ 이라는 악순환이 본격화되면서 일각에선 시장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분양 받은 새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를 해야 하지만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자 새 아파트 계약을 해지하려는 입주예정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입주지연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부산지역 아파트입주 물량은 최근 2∼3년에 비해 크게 줄었는 데도 입주율은 더 낮아져 건설업계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13일 부산지역 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부산지역 입주물량은 1만6000여가구(11∼12월 예정 물량 포함)로 지난해 입주물량 3만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입주개시 후 수개월이 지났지만 입주율은 절반도 못 채운 채 텅빈 아파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동래구 A아파트는 11월 현재 입주율이 30∼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9월 입주를 개시한 수영구 B아파트도 이 날 현재 입주율이 35%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연제구 C아파트는 40∼50% 수준을 넘겨 형편이 낮다.
이로 인해 시공업체나 시행사는 입주관리를 위한 특별팀을 구성하거나 계약 해지분을 재분양하고 있다.
게다가 주택업체들이 이달 들어 잔금을 내지 못한 계약자들이 급증하는 데다 아예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계약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지연 사태가 속출하면서 시행사나 주택건설업체들은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가 1만가구를 넘어선 지 불과 한달 만에 1만2000가구를 넘어서는 등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부산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신규 분양에서 청약미달 사태가 속출해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달 말 현재 1만2073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달 1만739가구보다 12.4%나 늘어난 것이다.
잔금을 치러야 할 여력이 안돼 분양받은 새 집을 내 놓은 구모씨(부산 연제구 거제동)는 “새 아파트를 분양가보다 싸게 팔려고 내놨지만 시공업체에서 미분양분을 더 싸게 파는 바람에 내 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분양업체 중에는 재분양을 하면서 종전 분양가보다 훨씬 싸게 집을 내놓는 바람에 입주가 안돼 집을 내놓은 사람들의 집 팔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114 김성우 팀장은 “실수요자들은 주택거래 위축으로 종전 살던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새 집으로 못가고 묶이게 된 것이 입주율 저하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victory@fnnews.com 이인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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