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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헤지펀드 전문가’ 정삼영 美롱아일랜드대학 교수



헤지펀드(Hedge Fund)라는 단어가 요즘 주변에서 부쩍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연구원에서는 정부의 후원을 받아 헤지펀드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국내 최초로 한 증권사가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해외법인을 설립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와 함께 정부도 올 연말까지 헤지펀드 도입과 관련한 로드맵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헤지펀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까지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또 국내에 헤지펀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관련업계 그리고 투자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 한국이 국제금융 허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헤지펀드를 마냥 막아서만은 안된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헤지펀드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일반 투자자들도 지금의 해외주식형펀드처럼 투자포트폴리오에 자연스럽게 ‘헤지펀드’를 포함시킬 날 도 머지않았다.

미국 롱아일랜드대 대학원에서 헤지펀드를 강의하고 있고 헤지펀드 회사인 파커 글로벌(Parker Global Strategies)에서 직접 펀드 운용과 위험 관리 등을 맡고 있는 정삼영 교수(사진)를 만나 헤지펀드와 국내 도입 당위성 그리고 향후 과제 등을 들어봤다.

■헤지펀드, 투자상품 다양화 차원서 도입 절실

최근 국내에서 헤지펀드 도입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삼영 교수는 갑자기 헌법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서 더 이상 헤지펀드를 막는 것은 헌법에 나와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헤지펀드는 이미 선진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금융시장에서 주류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를 제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헤지펀드 운용자산 규모는 순자산총액(AUM) 기준으로 지난 7월 말 현재 2조4800억달러 수준이다. 이는 국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10월 말 기준 시가총액 1029조2743억원)을 모두 사고도 남는 액수다.

정 교수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연기금인 캘퍼스의 경우 운용자산의 20∼30%가량을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연기금은 자산의 대부분인 80%를 채권에, 그리고 2% 정도만을 대체투자에 할당하고 있지만 이 중에서 헤지펀드는 찾아볼 수 없다”며 “다른 나라 연기금들은 헤지펀드에 투자해 연 12∼15%가량의 수익을 누리고 있지만 국내 연기금은 고작 6∼7% 수준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은 헤지펀드 도입을 차단함으로써 결국 국가 성장과 국민 개개인의 부(富) 축적을 막는 것으로도 확대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헤지펀드가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기능할 경우 오히려 모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운하를 몇 개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웃음)이라고 덧붙였다.

■‘고위험 상품’ 인식 잘못

정 교수는 일반인들이 헤지펀드에 대해 통상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적극 해명(?)했다.

정 교수는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 등과 같이 자본시장에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꼭 나오는 것이 헤지펀드여서 일반에는 마치 헤지펀드가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 교수는 “하지만 올 여름 신용경색 우려가 제기됐을 당시 문제가 됐던 헤지펀드는 수많은 운용전략 가운데 프로그램에 의해 계량적이고 기계적인 매매를 하는 퀀트펀드 등 극히 일부 펀드만 피해를 봤다”면서 “피해를 본 펀드가 있다면 오히려 이때를 기회 삼아 수익률을 낸 펀드도 있어 모든 헤지펀드를 ‘같은 종(種)’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부 헤지펀드의 경우 일반 펀드에 비해 위험과 변동성은 줄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내는 예도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펀드를 보면 오히려 일반인이 알고 있는 헤지펀드보다 더 고위험 상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중국증시가 하락하면서 관련 펀드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수익률이 급락하는 광경을 그냥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투자전략이 다양한 헤지펀드는 하락기에도 수익을 내거나 시장에 유동성을 확보해 주고 비효율적인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등 순기능 역할도 많다”고 설명했다.

■“스킬(Skill)이 전부가 아니다”

한편 그는 일반 주식형펀드가 활용하지 못하는 차입거래(레버리지)나 공매도(숏 셀링)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단순히 계량적인 잣대로 운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도입을 준비하면서 이 부분을 간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삼영 교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상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그러나 시장은 투자자의 심리상태나 철학, 정치적 관계 등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움직이는 만큼 이를 잘 읽고 위험을 관리할 줄 아는 경험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예로 그는 지난해 파산한 미국의 아마란스 헤지펀드를 예로 들었다.

“아마란스펀드는 파산하기 4∼5년 동안 매년 30%가량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훌륭한 펀드였다. 투자자들은 이 펀드의 과거 실적만 믿고 다시 많은 자금을 펀드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이 천연가스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심지어 이 펀드는 한때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천연가스 거래량의 85%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시장 예상과 달리 가스가치는 떨어지고 유동성 위기에 봉착, 2주 새 운용자금의 60%가 날아가는 등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고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투자란 바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고 우리는 헤지펀드 도입에 앞서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지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시스템 부재다.

정 교수는 “헤지펀드 운용인력 양성과 관련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금융전문대학의 경우도 현장 경험 등 실무보다는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하고 있어 실제 이들이 현장에 나왔을 때 제 기능을 수행할지 의문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부가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꾸린 태스크포스(TF) 팀에도 시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좀 더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재벌기업, 헤지펀드 악용 ‘글쎄’

헤지펀드가 본격 도입될 경우 재벌기업들이 헤지펀드를 통해 지배권을 더욱 강화하는 등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정 교수는 “동전의 한 면만 본 것”이라며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헤지펀드 액티비즘’ 이라는 말이 있는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하성 펀드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헤지펀드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화될수록 이들 펀드는 잘못된 재벌의 지배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 투자이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며 이는 자금 동원력이 충분한 재벌들에 휩쓸리기보다는 오히려 재벌을 개선시키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여름에 이어 아직까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를 불안케 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해 정 교수는 “파급효과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투자자들의 손해 정도가 얼마인지 쉽게 예단할 수 없어 적어도 6개월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과 같은 위기는 주식형 등 정통적 투자 상품보다 헤지펀드가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말로 헤지펀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정삼영 교수는

매사추세츠대에서 '헤지 펀드론'으로 재무학 박사를 받고 일리노이대에서는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정삼영 교수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글로벌 헤지펀드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현재 몸담고 있는 롱아일랜드대학교에서는 경영대학교 상대 부학장으로 대학원에서 헤지펀드를 가르치며 후진 양성에 열심이다.
특히 이론뿐 아니라 버지니아 레이먼드 파커 여사가 회장으로 있는 파커 글로벌에서 부사장직으로 헤지펀드 운용과 위험 관리 업무를 맡고 있어 실무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에 헤지펀드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그동안의 헤지펀드 운용 경험과 각종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진출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정 교수는 국제파생상품연구소(CISDM) 수석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한국과 미국의 재무학 발전과 연구 등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재무학회의 사무총장도 겸임하며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