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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정·금감위의 ‘규제 사전조율’ 협약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사들에 대한 중복 조사와 제재를 줄이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대로 실천에 옮겨져 금융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란다.

은행·보험 등 금융권에서 금감위의 힘은 절대적이다. 공정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두 기관이 같은 사안에 대해 연달아 조사를 하고 제재를 가해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바로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금감위가 지난해 5월 손을 댄 손보사들의 간접손해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 공정위는 따로 2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중복 조사·제재의 원인은 관할권 다툼에 있다. 수수료 담합이든 꺾기와 같은 불공정행위이든 두 기관 모두 자기 업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가기관들이 영역 다툼을 벌이는 동안 그 피해가 민간 금융업체들에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공정위와 통신위, 공정위와 법무부 간의 마찰도 서둘러 정리할 필요가 있다. 통신위는 통신업체들의 담합 또는 케이블TV 부당요금 등을 놓고 공정위와 갈등을 겪었다. 또 국회 통과를 앞둔 인터넷 프로토콜 TV(IPTV) 관련법안의 공정경쟁 관련 조항을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또 법무부·검찰과 동의명령제 도입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동의명령제란 기업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자진 시정하면 공정위 차원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 입장에선 공정위의 ‘월권’이라고 볼 소지가 충분하다. 이 바람에 공연히 담합을 자진신고한 기업들에 불똥이 튀기도 했다. 검찰이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해 자진신고 업체까지 전격 기소했기 때문이다.


힘 센 기관들 앞에서 기업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해법은 국가 기관 스스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사전 조율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공정위·금감위가 맺은 MOU가 제도화로 가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