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메모리 가격 급락으로 경영 위기에 처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수율 높이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등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수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수율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경쟁력 요소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끝없이 추락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기 시작한 반도체 업체들에 있어 수율 향상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수율 높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까지 90%대 수율을 유지한 삼성전자는 80 나노미터(㎚)급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수율이 8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초 68㎚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수율이 80% 이하로 떨어져 2·4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지난 10월부터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을 질책하는 등 수율 다잡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질책 이래 국내외 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정 안정화를 비롯해 시스템 정비, 인력·조직 재편, 공정기술 첨단화 등에 전력투구했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60㎚급 D램 생산라인의 수율을 15% 이상 향상시켰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50㎚급 공정의 수율을 90%대에 근접시켰다. 올해 반도체 분야에 추가로 쏟아부은 비용만 1조4000억원가량이다.
이런 노력 덕에 삼성전자는 1·4분기에 하이닉스에 뺏겼던 출하량 1위를 2·4분기 이후 되찾았다. 과거 90% 이상의 ‘황금 수율’을 되찾았다.
삼성전자는 90%대 안정적인 수율을 유지하면서 오는 2012년까지 총 8개 생산라인 건설 계획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이닉스도 수율에 다걸기를 하고 있다. 김종갑 사장 취임 이래 역점전략으로 ‘공정 최적화 작업’을 통해 D램 반도체 수율 높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1·4분기에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1위를 기록했었다.
여세를 몰아가기 위해 하이닉스는 첨단 공정의 수율 안정화에 성공해 세계 최초로 40㎚급 16기가 낸드플래시 제품도 내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의 M10라인과 충북 청주 M11라인에서 90%에 근접한 수율로 월평균 1만5000∼2만장을 생산할 예정이다.
‘타도 한국’을 공언한 해외 반도체 업체들도 수율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수율 높이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분야 세계 2위 기업인 도시바는 60㎚ 이하 첨단 메모리반도체에서 수율을 높여 삼성전자를 추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 일환으로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43㎚ 공정을 적용해 40㎚ 제품을 높은 수율로 양산할 계획이다.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의 경우 합작법인인 IM플래시를 통해 40㎚급 제품의 수율 높이기 작업에 돌입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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