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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이성열 대한지적공사 사장에 듣는다



“지적공사는 공기업으로서 놀고 먹는다는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없애겠다.”

이성렬 대한지적공사 사장은 4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첫 마디를 이렇게 꺼냈다.

그는 이를 위해 “공기업의 방만운영을 제일 먼저 경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적분야 출신의 전문 최고경영자(CEO)는 아니다. 행정고시에 합격, 총무처와 행정자치부에서 32년 동안 공직생활을 마친 공무원 출신일 뿐이다. 그런 그가 지적분야의 CEO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공기업이란 업무의 공공성 때문에 생긴 독점 내지는 독과점 기업이 대부분. 이 때문에 수익성을 내는 공기업은 그런대로 유지·발전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공기업은 준조세 성격의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다.

이 사장으로부터 지적공사의 경영방침과 지적분야의 앞길을 들어본다.

-기업운영 방침을 설명한다면.

▲행정이나 기업운영이나 별로 다른 것은 없다. 누구나 취직하고 싶은 직장, 일하고 싶어하는 직장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런 직장을 만들기에 앞서 우리 회사의 가장 기본인 측량을 잘 하도록 하겠다. 정확한 측량을 통해 측량 후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도록 하겠다.

특히 국내 측량기술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겠다. 이와 함께 지적현대화 사업에 연구를 다하겠다.

-국내 측량의 해외시장 진출 계획은.

▲한마디로 토지 소유개념이 없거나 적은 나라를 우선 겨냥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중앙아시아 국가나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가 대상이다. 자유화와 자본주의 물결이 밀어닥칠 중국은 지적분야에 있어 또 하나의 이머징 시장이다. 중국의 토지 사유화가 진행된다면 세계에서 제일 큰 지적측량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중국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적 측량업무의 중요성을 든다면.

▲물론 중요하다. 그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사유재산의 기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사는 인적구성이 90% 이상 측량기사로 돼 있다. 땅과 가까이 하면서 항상 척박한 개발예상지나 비탈진 산 등을 누비고 있지만 가장 순박한 공사가 지적측량업무이다.

이런 근무환경은 최고의 직장을 만들 수 있는 터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에게는 자랑스런 직장, 즐겁게 일하는 직장,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고 존경받는 직장, 상·하간 서로 존경하는 화목한 직장을 만들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동안 해온 지적공사의 자체 업무 평가를 내린다면.

▲지난해의 경우 신규 사업 개발, 최초의 해외 사업수행 등 수익구조 개선에 노력했다. 그 결과 15억1600만원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04년 측량시장 개방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실현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 예를 들어 보겠다. 최근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 측량신청이 들어왔다. 이때 해주고 받는 측량비는 고작 12만원이다. 한 번 측량하는데 3명의 인원이 있어야 한다. 육지에서 이곳 섬까지 들어가는 경비는 훨씬 많다. 교통불편으로 인해 하룻밤을 묵어야 하고 식비, 배삯은 좀 비싼가. 그렇지만 (지적측량)업무가 공공성을 띠다보니 어쩔 수 없다.

해외시장 개척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손실분을 메워 나가고 있다. 또 경영합리화를 통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개 시·도본부 가운데 7개 본부에서 흑자운영을 하고 5개 시·도본부에서는 적자를 냈다. 새로운 경영마인드를 불러야 할 때가 왔다. 조직을 개편해 지사를 통·폐합하고 지사장을 겸임토록 해 지출을 최대한 줄이겠다.

-기업운영에 있어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혁신은 위·아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참여해 목표를 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바꿔보자고 할 때 비로소 뭔가 이뤄지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생각은 자신의 최대 적이다. 내가 변해야 공사가 발전할 수 있다. 이런 것이 혁신이다. 이 때문에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변화에 미리 대처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동안 추진해 온 변화경영은.

▲우리 회사는 국가사무인 지적측량 업무를 69년 동안 전담수행하고 있다. 지적측량이 토지소유권 확보와 국토정보의 기초자료를 생성하는 범국가적인 업무라는 중요성에 비춰볼 때 국민의 인식은 낮은 실정이다.

솔직히 시장개방이 되던 지난 2004년까지 경쟁이란 단어를 (공사는) 몰랐다. 그래서 부랴부랴 전 조직에 팀제 도입, 실·처 폐지 등 조직을 개편했다. 측량기술도 아날로그에서 첨단디지털 측량 방식으로 바꿨다. 나아가 인공위성을 이용한 최첨단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모바일측량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적측량분야에 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라오스와 모로코 등 해외로도 진출했다. 또 변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인재경영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무엇보다도 인재양성이 중요하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직원들을 해외 유학도 시켜야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이에 따른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해외기술 습득과 정보공유로 공사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현재는 프랑스·네덜란드·일본 등지에 유학을 가있는 직원이 꽤 있다. 또 국내 유수대학과 지적학과 설립협약을 체결해 학위과정과 전문과정을 연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공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은.

▲전 직원 가운데 96%가 지적기술자격증을 갖고 있다. 우리 회사는 세계 최대 측량기술 전문가 집단이다. 이는 양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첨단부문에 접근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지적측량시장 확대를 위한 대처방안은.

▲업무량 감소로 발생한 잉여인력은 사업다각화로 고용을 안정시켜 조직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해외지적측량시장 진출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풍수해 발생에 따른 침수흔적 조사·측량업무, 공유수면과 국·공유지의 실태조사와 현황측량,각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묘지 현황측량 등이다.

/dikim@fnnews.com 김두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