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인당수 사랑가’ 몽룡역 ‘장덕수’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간은 1990년대 어느쯤으로 뒷걸음질쳤다. 텔레비전 드라마 속 막둥이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배우 장덕수. 20대후반과 30대 초반인 뮤지컬 주 관객층은 장덕수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 장덕수는 낯설다. 고작 세 작품째니 그럴만도 하다. 그는 지난 10월31일부터 사다리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에서 주인공 몽룡역을 맡고 있다.

그는 정확히 일곱 살 때 데뷔했다. 엄마손 잡고 방송국에 놀러갔다 한 드라마 연출자의 눈에 들어 연기자가 된거다. 한글도 못읽는 꼬마였지만 엄마가 읽어주는 대본을 통째로 외워갈만큼 열의가 대단했다.

열다섯 살 때까지 브라운관을 누볐다. 그러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사람들이 ‘장덕수’란 이름을 잊어갈 때쯤 그는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가수였다.

“친한 사람들과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문득 ‘이러지 말고 우리 가수 하자’란 얘기가 나왔어요. 그게 아이돌 그룹 ‘야다’의 시작이었죠.”

1999년에 데뷔한 그룹 ‘야다’는 ‘이미 슬픈 사랑’ 등의 히트곡을 낳으며 이름을 알렸다. 사람들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아역 장덕수’가 키보드를 연주하는 걸 보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가수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소속사의 형편이 어려워지고 멤버도 교체되는 등 부침이 있었다. 그럴 때면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아역 배우 출신은 성장한 뒤에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꼬리표다.

하지만 장덕수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 말에 예민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과거에 제가 인기를 얻었던 건 그 때의 일이죠. 커서 인기가 떨어질 게 두려워서 아예 시작조차 안할 순 없쟎아요.”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지금 자신의 위치는 톱스타가 아니라고.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의 ‘장덕수’를 기억할지언정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닐만큼은 아니란다.

“그때 그때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게 제 인생의 목표에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더 인기가 많아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없어요. 아역배우도 그랬고 그룹 ‘야다’의 멤버로 활동한 것도 마찬가지죠.”

뮤지컬 ‘헤드윅’과 TV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배우 김다현도 ‘야다’의 보컬을 했다. 게다가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조승우도 ‘야다’의 멤버가 되고자 오디션을 봤다. ‘야다’ 출신인 장덕수도 뮤지컬 배우의 길에 들어섰으니 우연치곤 대단하다.

지난해 ‘슬픔 혹은’이란 뮤지컬로 데뷔했다. 크게 흥행하진 못했지만 작품이 좋아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일했던 작품이다. 그 후 ‘록 햄릿’을 거쳐 세번째 작품 ‘인당수 사랑가’에 푹 빠졌다.

“우리가 알고 있던 춘향과 심청이 같은 인물이란 발상이 참 독특했어요. 이거다 싶었죠. 무작정 지원했어요.”

오디션을 보면서 걱정스러웠던 건 딱 하나. 춤이었다.
그는 지독한 몸치다.

“제가 춤을 추면 작품의 질이 확 떨어져요.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인데도 춤을 춰야 한다고 하면 마음을 접을 정도에요”

그렇다면 ‘미치도록 하고 싶은’ 작품은 뭘까. 그는 주저앉고 뮤지컬 ‘헤드윅’이라고 말한다.

“(오)만석이형 헤드윅을 보고 처음으로 펑펑 울었어요. 제작자분께 시켜달라고 졸랐죠. 나이를 좀더 먹으면 시켜주신댔는데 조정석씨도 80년생이쟎아요. 꼭 하고 싶어요. 그 역할 못하면 한이 될 것 같아요.”

열정 반, 응석 반. ‘정드윅’을 꿈꾸는 배우 장덕수의 막내기질이 나오는 순간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