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지난해 12월28일 지병으로 별세한 원로작가 윤형근화백의 작품이 서울 강남 2곳의 갤러리에서 전시중이다.
고 윤 화백은 추상화 특히 단색조 회화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보는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듯한 특질을 가지고 있다. 활갈색의 단색만을 사용해 수평 분할되어 있는 화면은 인간의 깊은 내면 세계를 일깨운다.
평론가 오광수씨는 윤 화백의 작품에 대해 “그린다는 것과 그린다는 것의 목적을 지워감으로써 나타나는 그 무엇이란 역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을 그려야만 하겠다는 목적도 없다’는 것은 그림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화백이 생전이 말한 ‘물키지 않는 그 무엇’이란 바로 이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물키지 않는다는 것’은 지루하지 않는 것, 언제나 새로운 것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무기교의 기교, 자연스러운 조화의 세계, 특유의 섬세함이 채워져 은은한 여백의 울림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이 근처 네이처 포엠빌딩 3층으로 이전해 오는 12일까지 ‘오늘을 대표하는 한국작가 17인전’을 열고 있다. 화랑 개관 이후 24년간 전시를 가졌던 윤형근 김종학 박서보 백남준 김강용 남춘모 전광영 이대원 이강소 이왈종 정창섭 서정국 이우환 김창렬 임만혁 허달재 등 중량급 작가 17명의 작품이 출품됐다.
(02)549-7574
청담동 박영덕화랑도 윤화백의 작품을 전시한다. ‘신년초대-베스트컬렉션 5인전’을 19일까지 연다. 굵은 올이 그대로 보이는 리넨에 검은 직사각형을 아무런 꾸밈없이 단순하게 표현한 윤 화백의 작품과 김창열 백남준 안병석 정상화 등 국내 대표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02)544-8481
/hyun@fnnews.com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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