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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전자제품에서 금·구리 등 캔다

지난해 초 마이크로 소프트가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윈도우 비스타’를 출시하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지구환경오염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이유는 사용자들이 새로운 운영체제에 맞게 컴퓨터를 교체하면 많은 양의 전자폐기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전자제품을 재활용 한다면 새로운 자원보고가 될 수 있다. 폐전자제품에는 금이나 구리같은 천연재료가 포함돼 있어서다.

■폐전자제품은 도시광산

개인용 컴퓨터 주 기판에는 금과 은, 구리와 같은 천연재료가 포함돼 있어 새로운 자원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에는 금이 약 0.05∼0.2g이 포함돼 있다. 폐컴퓨터 10대로 3.75g의 금을 만들수가 있다는 말이다.

‘금 품위(grade)’로 보면 폐 컴퓨터 한 대당 금이 750∼1050ppm 들어 있다. 금광의 금 품위가 10ppm이면 광산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폐컴퓨터를 ‘도시광산’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현재 국내에서 매일 버려지는 폐전자제품은 약 2만3000대, 약 800t이다.또 폐전자제품은 해마다 9.9%씩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휴대폰을 제외한 냉장고, 세탁기, PC 등 올해 약 860만대 이상의 폐전자제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게로는 29만2000t에 달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손정수 박사는“860만대의 폐전자제품을 재활용하면 금 3574㎏, 팔라듐 1572㎏, 은 20t, 탄탈륨 4000㎏ 을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재활용할 경우 금은 1000억원, 팔라듐은 375억원, 은은 100억원, 탄탈륨은 40억원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총 1515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귀금속은 어떻게 얻을까

현재는 폐전자제품속 금속은 제련소의 광석 용융로를 활용해 회수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CO2)배출량이 많고 환경오염 요소가 많아 좀 더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개발됐다. 지질자원연구원 정진기 박사팀 친환경 습식회수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염소가 금속을 녹이는 성질을 이용했다.

습식회수기술은 침출(고체를 용액속에 녹여 우려내는 것)율이 99%로 매우 높다. 기존의 기술은 60%정도였다. 이 기술은 전기판이 설치된 반응기에염산을 넣고 전기분해 해 염소를 만든 후 염소가 폐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PCB)의 금속들을 침출시키는 방식이다. 염소가 금속을 녹이는 성질을 활용한 것. 즉 침출된 금속들은 반응기 내에 있는 전기판의 음극에 가서 달라붙게 되고 이 금속들을 회수하면 된다.

금속을 침출시키는 역할을 다한 염소는 다시 스스로 염산으로 되돌아간다. 이에 따라 밀폐형 반응기를 사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염산의 소모가 전혀 없기 때문에 염산의 추가공급이 필요하지 않는 환경친화적인 기술이다. 또한 귀금속의 회수도 동일 반응기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도 단순하다.

미생물을 이용해 금속을 얻을 수도 있다.

지질연구원 자원활용소재연구부 김동진 박사와 대진대 신소재공학과 안재우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2004년 폐전자제품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한 금속회수법 기술을 개발했다. 박테리아가 철분을 먹고 각종 금속을 녹일 수 있는 산성물질을 뱉어낸다는 별난 식성을 이용한 기술이다.

박테리아 수십억마리가 있는 반응기에 PCB을 넣고 5일정도 지나면 구리, 알루미늄, 코발트, 니켈 등 PCB에 박혀 있던 천연재료들이 녹아 나오게 된다는 것.

특히 이 기술은 박테리아가 있는 반응기의 환경이 수소이온지수(pH)가 4 정도로(7이 중성) 생존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박테리아가 계속 분열하며 자랄 수 있기 때문에 PCB만 넣어주면 계속 금속이 녹아나오는 장점이 있다.다만 박테리아 배양 시간과 강한 산성으로 금속을 녹이는 습식법에 비해 효율이 20%정도 떨어지는 게 흠이다. 미생물 배양시간이나 효율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폐전자제품은 환경오염을 부른다

폐전자제품의 PCB에는 납, 크롬, 비소 등과 같은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다. PCB를 그냥 매립하거나 소각하면 주변 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불러올 수 있다. 인간의 생활을 좀더 편리하게 해주기 위한 각종 전자제품들이 오히려 환경오염 등을 불러와 인간의 생활을 위협하는 셈이다.

EU(유럽연합)은 폐전자제품에 따른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지난 2003년에 생산자의 폐전기·전자 제품에 대한 회수와 품목별 재활용 목표를 의무화하는 지침인 WEEE(폐기물처리지침)을 시작으로 2006년 7월부터는 RoHS(유해물질제한 지침)를 통해 전기·전자제품에 납,수은 등의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덜 유해한 물질로 대체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 나라도 최근 환경부가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을 공표하는 등 환경규제에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컴퓨터,휴대폰,오디오 등 전기·전자제품 10종에 납,수은,카드뮴,6가크롬 등 환경유해물질 사용이 제한된다.

환경유해물질 함유기준은 EU규제지침과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또 재활용 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제품의 구성 재질, 유해물질 정보, 재활용방법 등 재활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토록 해 폐제품의 환경친화적 처리와 재활용을 촉진토록 했다.

/talk@fnnews.com조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