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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센터 탐방] 세포 단백질 연구..신약 개발 ‘새로운 열쇠’



“현대 생물학의 새로운 도전영역인 단백질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를 정복하라.”

인간의 유전자는 대략 3만5000개 정도가 된다. 특히 한 유전자로부터 만들어 낼 수 있는 단백질은 20만개가 넘는다. 인간이 섭취하는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은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에 참여하는 분자로서 인체에 적게는 약 50만개에서 많게는 약 200만개 정도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단백질은 머리카락, 눈,손톱, 심장, 간, 신경 등 모든 곳에 존재한다. 이러한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단백질을 알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도 여기서 출발한다.

단백질 구조와 기능이 파악되면 단순히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 자체를 치유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테오믹스는 약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도전영역으로 떠오른 프로테오믹스

지난 2003년 4월 인간유전체 지도가 완성된 후 생명공학의 관심은 유전체의 기능연구로 전환됐다. 유전체 서열정보는 상호 연관된 유전자들 사이에서 진화적·기능적 관계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단백질의 작용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정보의 일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유전체의 산물인 단백질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 기능을 규명하는 프로테오믹스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프로테오믹스는 세포 내의 단백질 기능 및 변화에 관한 연구로서 생체의 활동, 질병, 약품에 대한 반응에 나타나는 단백질을 정량화하는 기술이다. 더 나아가 단백질의 움직임뿐 아니라 단백질의 위치와 변화, 단백질의 상호작용과 기능까지 분석하는 모든 연구를 일컫는다. 프로테오믹스는 새로운 치료제 및 진단 시약개발에 강력한 분석 기술로 인식되고 있는 기술이다.

■프로테오믹스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선진국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현재 제약 및 의료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 기능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프로테오믹스 기술에 국가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은 이를 위해 구조유전체학 연구분야에 연간 32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도 1990년부터 총 33억달러를 투자해 다양한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 머크(Merck) 등 거대 제약사들도 프로테오믹스 전문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사업단 유명희 단장은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가 프로테오믹스 전문기업 ‘로제타’를 인수하는 등 프로테오믹스에 투자하는 것은 신약개발에 있어 프로테오믹스의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2년 7월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을 설립했다. 투자규모는 정부 1000억원 민간 181억원으로 총 1181억원이다.

유 단장은 “단백질 연구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50년이 걸린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할 경우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테오믹스로 AIDS 치료약을 만들었다

단백질 구조를 이용한 설계로 개발된 신약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약이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HIV의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이즈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의 입체 구조가 1989년 X선 결정화 법에 의해 밝혀졌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머크, 애보트(Abbott) 등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활발히 치료약을 개발했다. 현재 6종 이상의 약이 시판되고 있다.

감기에 관련된 단백질인 ‘뉴라미니데이스’(Nuraminidase) 구조를 이용해 벤처인 길리아드(Gilead)와 바이오타(Biota)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약품을 만들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