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피해로 인한 잇딴 비관자살과 2차 생태피해 발생, 지역경기 침체 장기화 등 악재가 쌓이면서 충남 태안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그간 피해복구에 전념해 왔던 주민들은 거리로 나서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태안 유류피해 투쟁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태안 신터미널 부근에서 수산 및 비수산분야 피해자와 지역주민 등 1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정부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태안 외 서산 등 인근 6개 시·군 주민과 수산업경영인 등도 참석했다.
그간 산발적인 소규모 집회는 있었지만 수천명의 주민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는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생계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민 이영권씨 영결식에 1만여명의 주민이 참석, 애타는 민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투쟁위원회는 이날 집회에서 기름피해 해안에 대한 조속한 복구와 가해자의 무한 책임,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투쟁위는 또 해양환경복원특별법을 제정, 해양환경이 완전 복원될 때까지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조선사에 무한책임을 지게 하고 지역경제 회생대책을 마련, 주민 생계를 책임질 것 등을 촉구했다.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기름피해로 잇따라 희생자가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상경 집회 등 강력한 투쟁 수단을 동원,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주민들의 분노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는 23일 국회 규탄대회와 삼성 본관 앞 시위를 갖는 등 본격적인 상경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한 지모씨(56)가 농약을 마신 뒤 온몸에 시너를 뿌리는 등 생계를 비관한 어민 등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사고후 수입은 완전히 끊겼고, TV에서는 정부가 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거나 누가 몇억원을 내놨다는 소식이 이어지는데 정작우리는 1원짜리 동전 하나 구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방비가 없어 이 추운 겨울에 보일러를 때지 못하는 집들이 수두룩합니다.
"서해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어민 강태창(47)씨의 절망섞인 호소다.
강씨는 "사고후 40일이 지나도록 마을 출신 외지인들이 보내온 성금 410만원이전부이며 자원봉사자들에게 컵라면을 끓여줄 가스비도 버거운 형편"이라고 한탄했다.
태안지역에서 기름피해와 이에 따른 생계비 걱정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민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긴급지원한 생계비 300억원과 국민 성금 300억원등 600억원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주민들의 절망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19일 태안군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사고 직후인 지난해 12월13일 긴급생계지원비 300억원을 충남도에 보내 이달말까지 주민들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충남도는 이와 관련, 양식장 등 피해규모와 오염된 해안선의 길이 등에 따라 가장 피해가 큰 태안군에 70%인 210억원을 배정하고 서산시, 보령시, 당진군, 홍성군,서천군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나머지 5개 지자체에 나머지 90억원을 고루 배분하는 내용의 잠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보령시와 서산시 등의 어민들이 "피해규모 산정이 잘못됐다"거나 "서해안 지역 전체가 수산물 수요 및 관광객 급감에 따른 공동의 피해를 입게 된 상황에서 실질적 피해보상이 아닌 주민 생계비 지원만큼은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배분비율과 지급시기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6일 직접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해당 지자체장들을 불러 조율을 모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6개 지자체장들은 태안 주민 지 모씨가 집회도중 분신한 18일에도 생계비 배분을 위한 긴급회의를 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의 비극을 가슴 아파한 국민들과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자발적으로 모아충남도와 태안군 등에 보낸 성금 300억원도 갈 곳을 못 찾고 해당 지자체 금고에서낮잠을 자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가구와 인구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성금을 나눠주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이 돈이 당장 먹고살 걱정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태안지역 주민들은 "도대체 돈이 어디로 갔느냐. 정부는 정부대로, 도는 도대로, 군은군대로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으니 힘없는 어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느냐"며울분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태안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태안 유류유출 투쟁위원회도 전날 집회에서 "우리가 다 죽고 난 뒤에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냐"면서 정부가 특별법 제정과 함께 보험사의 보상에 앞서 예산으로 보상금을 선지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악화일로를 치닫는 지역 민심을 감안해 강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이미 배정된300억원의 긴급생계지원자금은 조속히 집행돼야 한다"면서 "충남도가 요구하고 있는300억원의 추가자금이나 250억원 가량 되는 각지의 성금도 가능한 한 설 이전에 지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악화일로를 치닫는 지역 민심을 감안해 이완구 지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려 보낸 긴급 생계비 300억 원과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만나 지원을 약속받은 추가 생계비 300억 원, 충남도로 답지한 성금 150억 원 중 일부를 긴급 방출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강 장관과 이 지사의 말이 이번에는 꼭 실현되기를 태안 등 피해지역 주민들은고대하고 있다.
대전시는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시름에잠겨 있는 충남 태안군에서 자원봉사를 할 시민을 다음달 1일까지 추가 모집한다고20일 밝혔다.
시는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1개월째인 지난 7일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선 결과, 애초에 계획했던 인원이 5일 만에 차 모집을 조기에 마감했으나 이후에도 자원봉사 참여 요청이 쇄도해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지원 예산을 추가 확보하고 모집기간을 연장하게 됐다고 설명했
/태안=kwj5797@fnnews.com김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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