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기업 검찰’이라 불리우며 재벌 기업들을 떨게 만들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빨빠진 호랑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여야 합의로 일부 부처가 사라진 가운데 공정위는 살아남는 데 성공했지만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의 발전과 공정한 경쟁을 독려한다는 차원에서 대기업, 주로 재벌 기업들의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적극 규제해왔다. 대기업들의 오랜 숙원이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가 새 정부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총제가 빠진 공정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힘이 빠진 공정위의 위상을 눈치채기라도 한듯 최근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의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심사에서 주파수 재분배 등의 조건부 인수를 허가하자 해당 업체는 물론 정보통신부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업체들이 이의신청에 이어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여서 ‘대기업 검찰’로서공정위의 위상이 심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
심지어 같은 정부 부처내에서도 공정위를 ‘끈 떨어진 뒤웅박’ 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소속 공무원들의 사기도 많이 저하됐다.
공정위는 출총제가 공정위의 많은 업무 중 일부일 뿐이며 새 정부가 공정위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해야할 일이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감을 얻고 있지 못한 듯하다.
재경부의 소비자 정책 부문이 공정위쪽으로 이관돼 업무 분야가 늘어난데다 소비자 정책을 비롯해 중소기업 하도급 정책 분야를 적극 강화하라는 요청을 받아서 할 일이 많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이 당선자가 대기업에 근무한 탓에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이들 하도급 업체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공정위의 업무를 적극 독려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공정위 스스로도 떨어진 위상에 한탄하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통신위원회에서 나온 결정에 대해 반발하지도 못하고 정통부에다가 불만을 토로하지도 못하면서 공정위에는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공정위의 추락한 위상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mchan@fnnews.com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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