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의도를 국제금융지구로 지정해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여의도엔 은행·증권·자산운용사는 물론 금융감독원·증권거래소 등 유관 기관이 몰려 있어 ‘한국판 월 스트리트’로 불린다. 또 옛 중소기업전시장 땅에는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대형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빌딩이 건립 중이다. 서울시는 조례 제정과 금융연구소 설립, 대학과 연계한 자산운용학교 개설, 금 선물거래소 설립 등을 통해 금융허브 전략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열매를 맺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오세훈 시장은 작년 11월에 열린 ‘2007 서울 국제금융 콘퍼런스(SIFIC 2007)’에서 금융허브 로드맵의 큰 틀을 밝힌 바 있다. 국제금융지구 지정도 그 때 예고된 것이다.
다 좋은데 걱정이 앞서는 건 금융허브 전략이라는 게 서울시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외국인의 비자, 체류는 중앙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 선물거래소 설립, 외국인 전용 학교·병원 건립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참여정부는 출범 때부터 금융허브 구축을 요란하게 내세웠으나 5년이 흐른 지금 별로 얻은 건 없다. 홍콩·싱가포르는커녕 신흥 금융중심지로 부상한 상하이와 두바이를 따라가기도 벅찰 지경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여전히 반외자 정서가 강한 나라다. 결국 참여정부의 금융허브 구축은 말잔치로 끝날 판이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개방과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분위기를 바꿀 좋은 기회다. 현실적으로 서울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허브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서울시의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지정이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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