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까지 와서 이제는 수익률 확인도 안합니다.”
회사원 강윤희씨(29·여)는 요즘 통 밥맛이 없다. 말수도 크게 줄었고 잠도 오지 않는다. 주변에서 정신과 상담을 권할 정도다.
그는 지난 2006년 말 적금에 묻어두었던 1500만원을 모두 털어 펀드와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1년간 2개로 나눠 납입했던 적립식펀드는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말 만기가 됐다. 당시 수익률은 40%를 웃돌았다.
“1500만원 원금이 2200만원까지 불어났죠. 환매하려 했지만 코스피지수가 올해 1월까지 2300간다는 전망이 대세여서…. 이젠 누굴 믿어야 하나요.”
개미들이 지쳐버렸다. 바닥과 반등을 기다렸던 것도 벌써 3개월째. 1700선에서 지지될 듯 기대했던 코스피지수는 1600선이 무너졌고 17일 다시 1500선으로 추락하자 개미들은 포기했다. 배신을 넘어 공포감마저 들었다. 개인투자자 최병석씨(31·남)는 “미국은 아수라장이고 고유가에 환율까지 뉴스를 보기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영업지점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투자자들 전화는 평소보다 오히려 줄었다. 지점 관계자들은 ‘두려움에 젖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리츠증권 강서지점 박원규 지점장은 “지점 직원들은 식사도 마다하고 시세판에 몰두하면서 고객 문의전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심하는 중”이라며 “하지만 고객 문의 전화는 평소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방배금융센터 신남석 지점장은 “지금은 환매도, 추가 가입도 모두 두려운 상황이라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이 없다”면서 “코스피지수가 한 번 더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추가 매수도, 환매도 바닥을 먼저 확인한 후 해야 한다고 말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없는 시장에서 지치긴 영업점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투자증권 용산지점 김종석 차장은 “철저히 미국 증시에 연동된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도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책당국의 처방만을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면서 “이렇게 장이 안좋으면 원래 직원들이 고객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오히려 고객이 먼저 전화해서 힘내자고 응원하는 의외의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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